열 받은 지구, 눈물을 흘리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 상승…아프리카·호주에 동시다발 영향
한반도 연평균 기온 계속 올라…동물 번식 시기 앞당겨져

최근 지구온난화로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지구온난화로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인류에게 닥친 재난을 소재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연출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역사적인 재난을 배경으로 한 것부터 미지의 생명체인 외계인 침공을 그린 작품까지 매해 많은 수의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그중 대다수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나름의 ‘해피엔딩(happy ending)’을 맺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실제 있을 법한 일 또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수도 있는 일을 소재로 연출한 이러한 영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하지만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는 다르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기 때문이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도 당시 마찬가지였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변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대다수 관객은 그저 ‘있을 법한 일’ 또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한 스토리 정도로 치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16년이란 세월이 흘러 영화에서 표현한 지구온난화가 우리 일상에서 진행 중이다. 영화에서 표현한 양상은 다르지만 말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각종 기상이변이 최근 잇달아 발생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케 하고 있다. 오히려 이쪽이 영화보다 진짜 영화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툰드라’로 상징되는 시베리아는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일본은 ‘물 폭탄’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생태계 변화는 물론 식량 부족, 그로 인한 난민 발생 등 지구온난화라는 인류의 산물이 도리어 인류의 삶을 위협 중이다.

◇ 기록적인 폭염·폭우…열 받은 지구, 눈물 흘리다

시베리아는 최근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기온은 38℃를 기록해 18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해당 지역은 6월 평균 기온이 20℃로 특히, 겨울에는 종종 영하 50℃ 이하로 떨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다. 하지만 6월 평균 기온과 18도 이상 차이 나는 관측 결과가 나오면서 그야말로 기온이 요동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21일 같은 장소 기온이 35.2℃로 기록돼 해당 현상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여줬다. 영하 67.8℃의 북반구 최저 기온 기록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베르호얀스크만의 일은 아니다.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약 1127㎞ 떨어진 체르스키의 지난 한 주 평균 기온 역시 30℃에 달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여름 이상 기온의 원인으로 고기압이 만든 '열돔(heat dome) 현상'을 꼽는다.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공기가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싸 기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고온현상과 달리 일부 국가들은 유례 없는 ‘물 폭탄’ 수준의 폭우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구가모토현을 중심으로 남부 규슈 지방은 호우로 산사태 등이 발생했다. 폭우가 집중된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시에선 시간당 최대 98㎜의 비가 내렸고, 미나마타시에선 일일 강수량이 500㎜에 달했다. 7일에는 후쿠오카, 사가, 오이타 등 5개 현 지역에서 일일 강수량이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서는 446.5㎜를 기록해 평년 기준 7월 강수량인 373.5㎜보다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각지의 호우는 12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국가인 중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 중남부에는 한 달 넘게 비가 이어져 극심한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 폭우로 인해 중국 26개 성과 시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21명, 이재민만 2000만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매년 7월 초가 되면 장마 전선이 규슈 지역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장마 전선은 예외였다.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수온과 기온이 수증기를 늘리며 비의 양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나카키타 에이이치 교토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최근 호우는 온난화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기존의 제방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지역 전체에 배수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가 촬영한 사진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지표면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가 촬영한 사진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지표면이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인도양 쌍극자 현상이 불러온 결과…전례 없는 ‘폭우’와 반년 동안 꺼지지 않은 ‘산불’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의 공통점은 바로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기후변화는 바다를 사이에 둔 두 대륙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은 두 대륙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이는 메뚜기떼 창궐로 극심한 식량난을 발생시킨 ‘아프리카 폭우’와 6개월 만에 꺼진 ‘호주 산불’을 예로 들 수 있다.

아프리카와 호주 사이에는 오대양 중 하나인 인도양이 있다. 총 면적 7343만㎢, 한반도 면적의 약 330배에 달하는 이 바다에는 최근 동서쪽 해수면 온도 차가 많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른바 인도양 쌍극자 현상(Indian Ocean Dipole)이다. 이는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 해수면 온도 차가 극심해지는 기상이변 현상을 일컫는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 접한 서쪽은 평년보다 1~2℃ 상승했고 호주에 접한 동쪽은 반대로 1~2℃ 낮아졌다. 양쪽의 수온 차이가 4도까지 벌어지자 따뜻한 서쪽에서는 저기압이 발달해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인도양 서쪽에 있는 케냐는 엄청난 폭우로 평소 강수량보다 무려 400%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일어나 200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여기에 폭우와 홍수로 메뚜기 번식에 적합한 습한 환경이 조성, 대량의 사막 메뚜기떼가 기승을 부렸다.

반대로 동쪽은 습기 없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산불을 야기했다. 지난해 9월 호주 남동부 지방에서 시작해 올해 2월 가까스로 진화된 대규모 산불이다. 서울 면적의 100배 이상인 1100만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야생동물 10억마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히, 호주를 상징하는 코알라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기능적 멸종위기’에 내몰렸다.

사막 메뚜기떼가 케냐의 하늘을 메우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사막 메뚜기떼가 케냐의 하늘을 메우고 있다. (출처 FAO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한반도 이제는 안전지대 아냐…폭염 증가와 잦아지는 태풍, 생태계 변화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월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23개 기관과 합동으로 ‘2019년 이상 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한반도의 대표적 이상기후 현상을 정리해 수록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폭염 일수(33℃ 이상) 역시 2000년대 평균 10회에서 2010년대 15회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기온 상승이다. 2014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낮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3.5℃로 평년인 12.5℃보다 1℃ 높아 2016년(13.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해로 기록됐다.

태풍의 경우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으며 특히 태풍 미탁의 경우 울진에서 시간당 강수량 104.5㎜를 기록해 기상관측 이래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또한 연평균 강수량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1242.9㎜로 평년(1307.7㎜)보다 65㎜ 적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동·식물 생태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모든 해안에 분포해 흔히 볼 수 있는 괭이갈매기 번식 시기가 점차 앞당겨 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한반도 기후변화가 이제는 ‘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줬다. 

괭이갈매기는 4월부터 8월의 번식기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으로 날아가 매년 같은 번식지에서 집단으로 모여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 국립공원공단이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에서 괭이갈매기의 번식 시작시기를 관찰한 결과, 2003년에는 4월 11일로 조사됐으나 올해는 보름가량 앞당겨진 3월 29일로 확인됐다.

홍도의 괭이갈매기 번식 시기가 매년 빨라지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주요한 원인이다. 남해 홍도 지역(거제)의 연평균 기온은 1973년 13.9℃에서 2019년 15.6℃로 상승했으며 홍도 이외의 관찰 지역인 서해 난도 지역(보령)과 동해 독도 지역(울릉)도 각각 1.1℃, 1.4℃로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오장근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외딴 섬을 포함한 해양생태계의 상위포식자인 괭이갈매기의 번식 시기 변화는 내륙의 산악형 국립공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번식 시기가 빨라진 괭이갈매기. (국립공원연구원 제공)/글니포스트코리아
지구온난화로 번식 시기가 빨라진 괭이갈매기. (국립공원연구원 제공)/글니포스트코리아

 

kds032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