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수요하락...정유업계 어려움 이중고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유예, 석유공사 저장탱크 임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설비에 대한 예맨 후티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단기유가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2019.9.16/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전후를 기록하던 국제유가가 현재 20달러 대로 내려왔다. 2분기에는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감산 합의 실패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정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가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을 징수유예하고 석유공사 비축시설을 활용해 저장탱크를 임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전후를 기록하던 국제유가가 현재 20달러 대로 내려왔다. 2분기에는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내려온 것은 2002년 이후 18년만이다.

유가 하락은 정유업계에 일부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고 운전자 등 소비자들도 ‘기름값이 싸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유사는 원유를 가지고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이익을 남기는데 유가와 제품가격이 모두 내려가면서 관련 지표가 하락했다.

최근 정유업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감산 합의 실패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고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휘발유나 경유, 항공유 수요도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산업이 없지만, 정유사 역시 최근 3주 연속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기록하는 등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동율을 낮추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유예 등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업계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급격한 실적악화로 인한 일시적 자금부담 문제, 석유 저장공간 부족 문제 등의 해결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 산업부 “석유업계 매출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 고려”

이를 위해 정부는 4~6월분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한다. 4월분을 7월에, 5월분을 8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석유수입부과금은 현재 리터당 16원이다. 현재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월평균 징수액은 지난해 기준 3000여억원으로, 산업부는 3개월간의 징수 유예를 통해 9000억원 규모의 납부 부담 완화(연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가 부족해 남는 석유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저장탱크 임대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장소와 저장용량 등은 개별 정유사 수요와 석유공사의 시기별 가용공간에 대한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산업부는 위 대책들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 석유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국내 석유업계 매출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국제유가대응반 회의와 석유공사-정유사간 실무 TF 등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국제유가 및 국내 석유제품가격 변동, 석유업계 경영 여건 등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국제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은 지난 6일 '감산에 합의하면 유가는 오를까?' 라는 소제목의 보고서에서 "당분간 국제 유가는 주요국 정상들의 발언 혹은 회의 결과에 따라 변동성 확대 국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회의에서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유가의 추세적인 반전을 위해서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악화된 수요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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