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대신 망고?…한국인 식생활 위협하는 '기후변화'
사과 대신 망고?…한국인 식생활 위협하는 '기후변화'
  • 김형수 기자
  • 승인 2020.04.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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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 매대에 망고, 자몽 등 수입과일이 진열돼 있다 (김형수 기자) 2020.4.3/그린포스트코리아
한 대형마트 매대에 망고, 자몽 등 수입과일이 진열돼 있다 (김형수 기자) 2020.4.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제주도 호텔에 앉아 제주도에서 자란 애플망고가 들어간 빙수를 먹을 수 있게 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아열대 작물로 분류되는 천혜향과 레드향이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야 맛볼 수 있던 과일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환영하기 만은 어렵다. ‘밥심’으로 산다는 한국인의 주식 쌀 재배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상하는 주요 농작물 주산지 

3일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주요 농작물의 주요 산지가 남부 지방에서 충북이나 강원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1973년과 2017년의 연평균기온 변화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해당 기간 제주권은 1.14℃가 올라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 뒤는 수도권(0.91℃), 강원권(0.90℃) 등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를 대표했던 감귤의 주산지는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진주 등 남해안으로 이동했다. 인삼 주요 산지는 충남 금산과 경북 영주에서 경기 이천・연천과 강원 홍천・횡성・춘천으로, 복숭아 주산지는 경북 청도에서 충북 충주・음성과 강원 춘천 원주로, 사과 주요 산지는 경북 영천에서 강원 정선・영월・양구로 주산지가 바뀌었다. 

통계청은 21세기 후반이 되면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도 위로 올라갈 전망이다. 2090년대가 되면 사과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감귤 재배한계선은 지속적으로 북상해 미래에는 강원도 해안과 제주도 중산간 등으로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쌀이 자라는 논이 위험하다

기후 변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 국가가 되면 사과 대신 망고나 감귤을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국사람들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벼 생산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명수정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한국방재학회논문집에 실린 ‘기후변화 관련 자연재해가 우리나라의 쌀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서 미래에는 온도가 올라가면서 벼 생산성이 1990년보다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40년대 쌀 생산성은 13.6% 줄어들 전망이다.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2020.4.3/그린포스트코리아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2020.4.3/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기간 장기화와 오존농도 상승이 벼 생산 전 과정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온난화, 강수량 변동, 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 토지황폐화 등의 현상을 일으키는데, 그 중에서도 온난화, 토지황폐화, 강수량 변동은 농업활동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이 아열대 기후가 되면 망고 같은 남국의 과일을 보다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미소만 짓고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명수정 연구위원은 해당 논문에서 “기후변화는 농업에 있어 작물 생산이 어려웠던 고위도 지역의 농업활동이 가능해지고 그간 재배하지 못했던 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기회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후변화의 긍정적 요인 보다는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기후 변화를 견디는 쌀

국내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쌀 재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2022년까지 농업분야 기후대응을 위해 1076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는 1597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작물의 기후변화 적응성을 향상시키는 품종 및 육종 소재,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식량작물・원예특용작물의 재배기술 및 생산성 향상 등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빠르미’로 국내 벼 품종 가운데 처음으로 이기작에 성공했다. 빠르미는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국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극조생종으로 생장 기간이  70에~80일밖에 안 된다. 한국 벼 품종 가운데 가장 짧다. 가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시기를 피해서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작년 말 벼에서 가뭄저항성과 염분저항성을 동시에 높이는 유전자(OsZF1)를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는 벼가 스트레스에 대응해 만들어내는 유전자 중 하나다. 이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 벼에 5일 동안 물을 주지 않거나 염화나트륨(NaCl)으로 토양 속 염분을 높였다가 원래 상태로 되돌리자 대조구인 ‘동진’ 벼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30% 이상 낮게 나타났다.

윤인선 농촌진흥청 유전공학과 윤인선 연구사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환경이 나빠져도 일정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 잘 자라면서 수확량도 많은 벼 유전자를 찾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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