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베고 뭉갠 침구, 당신의 잠자리는 깨끗하고 안전했나요?
먼지와 바이러스의 시대, 몸과 옷 청결만큼 침구 관리도 중요
베개 커버 수시 교환, 침구는 최소한 2주에 한번 세탁 추천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기자도 개인 위생에 신경쓰기 위해 며칠간 집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보니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던 ‘생활 속 환경 요소’들이 보입니다.

나와 가족들이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쓰고 입고 버리는 것들은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들을 미칠까요. ‘쓰레기 없이 살기’가 버리는 것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기자들의 ‘미션 임파서블’한 노력이라면, 이 칼럼은 집에서 가족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숙제는 뭔지 한번 더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인사동' 객실의 모습. (김형수 기자) 2019.10.8/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집 안방 침대와 이불도 호텔처럼 깨끗하고 깔끔할 수 있을까?'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구류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호텔 객실의 잘 정돈된 침구 모습.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과 호텔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TV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개인 위생’이다. 수시로 손을 씻으라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마스크를 쓰라는 권유도, 재채기나 기침이 나올 때 재빨리 팔을 굽혀 얼굴을 가리고 코와 입에 ‘예절의 장벽’을 쳐야 한다는 얘기도 결국 ‘나와 내 주위가 깨끗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현대인의 삶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환경 얘기를 하고 있는 우리 매체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

깨끗해야 할 곳은 많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적용되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은 청소기 밀고 샤워하고 세탁기 돌리는데 다들 열심이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침구류 세탁과 소독에는 관심이 덜한 사람이 많다. 귀찮거나 바빠서, 아니면 옷 만큼 자주 빨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다. 침구류를 자주 청소하고 싶어도 부피가 커서 선뜻 손이 안 간다는 사람도 있다.

◇ 침구류 일광소독, 요즘은 왜 줄었을까?

기자가 매트리스와 이불을 스스로 청소하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갔을 때가 처음이었다. 군대에 침대가 없던 시절이었다. 햇빛 좋은 날이면 바닥에 까는 매트와 매트 위에 까는 포단(요), 그리고 모포(담요)를 전부 옥상에 가지고 가서 햇빛에 말렸다. 매트리스는 두 번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세웠고 얇은 요와 담요는 가로로 길게 펴서 주렁주렁 널어놓았다.

몇시간쯤 햇빛을 쐬인 다음 2인 1조로 조를 짜서 커다란 담요와 요를 탁탁 털면 희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그때는 “이렇게 더러운 걸 덮고 잤다니”하는 마음보다는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하는 마음이 더 컸다. 먼지와 습기, 위생과 환경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만 더 관심이 많던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기자가 깔고 자던 담요와 이불도 그렇게 햇빛에 말리곤 했다. 다만, 기자 스스로 말린 게 아니라 어머니가 하셨을 뿐이다. 요즘도 봄가을 맑은 날이면 옥상이나 발코니 등에 이불을 넣어놓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예전보다 줄었다. 미세먼지를 신경쓰는 사람이 많고 날씨도 변화무쌍해서다.

과거 이불빨래를 하면 꼭 옥상에 널어서 말렸다던 60대 소비자 유모씨는 “햇빛에 바짝 말리면 뽀송뽀송해서 기분이 좋은데, 요즘은 공기 안 좋다는 말이 많아서 이불 널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이 소비자는 요즘은 건조기를 쓰고, 그 대신 거실에 햇빛이 들 때 잠깐씩 일광소독을 한고 했다.

◇ 밤새 베고 뭉갠 침구, 어젯밤 내 잠자리는 깨끗했을까?

이불 말리는 얘기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어젯밤 내 잠자리가 깨끗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생겨서다.

요즘 외출을 삼간다. 기껏해야 집 근처 작은 마트나 편의점에 생필품을 사러 가거나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1층에 내려가는 게 전부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주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고 약속이 생겨도 최소한 짧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면 바로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신발을 신었던 양말, 밖에서 먼지가 묻어 온 바지와 셔츠로 식탁이나 쇼파, 서재에 앉기가 꺼려져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자는 원래 기관지가 약한데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달고 살아서 미세먼지나 황사를 조심하는 편이다.

그런데 따져볼 것이 있다. 깨끗이 씻고, 집에서만 입는 홈웨어를 입었다고 해서 지난 밤 7시간 가까이 뒹군 내 잠자리는 늘 깨끗할까? 하는 부분이다. 기자는 일주일 전 베개 커버와 이불을 빨았다. 빳빳해진 베개에서는 왠지 좋은 냄새가 났고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벌써 커버를 교체해야 할 때가 온걸까?

침구류 세탁과 소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세탁된 침구류를 수시로 배송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도 생겼다. (클린베딩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침구류 세탁과 소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세탁된 침구류를 수시로 배송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도 생겼다. (클린베딩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베개 커버, 얼마나 자주 바꾸시나요?

사람은 자면서 땀을 흘린다. 때로는 침도 흘린다. 온도를 쾌적하게 잘 맞춰놓고, 입도 꾹 다물고 자서 침을 안 흘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심하지 말자.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사람은 자는 동안 피부세포를 천 만개 단위로 흘린다. 그 세포는 집먼지진드기의 좋은 먹이가 된다. 당신의 침구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증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겉으로는 티가 잘 안나겠지만, 더러워서다.

우선 베개부터 보자. 피부관리 전문가들에게 관리법 노하우를 물으면 대부분 ‘가능하면 얼굴을 만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손에 묻은 각종 세균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베개 얘기를 하는데 왜 손 얘기를 하느냐고? 밤새도록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루의 1/4가량 당신의 얼굴은 베개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부모님 집에는 50년도 넘어 보이는 골동품(?) 베개가 있다. 기자가 아주 어렸을 때 그 베개를 베고 자던 사진이 있는 걸 보아 일단 40년은 넘었다. 어머니가 결혼 전에도 베었던 기억이 있다고 하니 생명력이 사뭇 긴 베개다. 물론 지금은 매일 밤 사용하는 메인 침구가 아니고, 낮잠 잘 때 잠시 베거나 때로는 쿠션처럼 쓰기도 하는 물건이지만, 어쨌든 그 오랜 탄성과 질긴 소재가 놀랍다.

그런데, 베개에는 엄연히 적정 수명이 있다.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거위털(굿)을 넣은 베개는 1년에서 1년 6개월, 메모리폼 베개도 3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천연 라텍스 베개도 3년 내외다. 천연 라텍스의 수명은 원래 10~15년 정도지만, 베개가 늘 무거운 머리를 받치며 꽉 눌려있다는 점, 밤새도록 피부와 접촉하고 습기를 머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체주기를 짧게 잡는 게 좋다.

커버도 자주 세탁해야 한다. 베개 커버는 미세먼지와 각질, 비듬 또는 수면 중 배출되는 땀 등으로 각종 유해균이 번식하기 쉽다. 그러므로 평소 2~3개 이상 두고 수시로 빨면서 교체하는 게 좋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커버를 2주에 한 번 정도 교체한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본 거의 모든 기사와 자료에서는 한결같이 ‘주1회 안쪽으로 교체하라’고 권했다. 2~3일에 한번 바꾸는게 좋다는 추천도 있었다.

◇ 주말마다 침구를 세탁하라고?

깔고 자는 매트. 덮고 자는 이불도 문제다. 이불과 매트리스도 베개와 마찬가지로 집먼지진드기나 유해물질 등으로 오염되어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게으른 사람이거나, 스스로 빨래하지 않고 다른 가족의 손을 빌리는 사람이라면 놀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불을 비롯한 침구는 적어도 2주에 한번씩 세탁해야 한다. 밤새 쌓인 먼지 등도 평소 수시로 제거하는게 좋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어린 아이가 있다면 더 신경 써야 한다. 최근 한 패션 매거진에는 ‘주말엔 제발 침구를 빨자’라는 제목의 컬럼도 게재된 바 있다.

사람들은 이불을 얼마나 자주 세탁할까. 경기도 분당에 사는 워킹맘 김모씨는 “이불을 창밖으로 매일 털고 싶지만 먼지가 바로 날리면 이웃들에게 실례일 것 같아 거실에서 털고 공기청정기를 돌린다”고 했다. 김씨는 “2주에 한번씩 침구류를 한꺼번에 빨래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더 자주 빨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과거 이불을 3주에 한번씩 세탁했으나 아이가 생기고 2주로 줄였다고 했다.

제주도에 살면서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모씨는 “이불을 자주 빨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세제가 오히려 안 좋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열흘에 한번 정도 세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 대신 아이가 깔고 자는 이불 위에 바로 빨 수 있는 얇은 이불을 깔아두고 급할 때는 그것만 세탁한다”고 했다.

3월은 사실 이불과 매트리스를 새로운 마음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다. 계절에 맞춰 침구를 바꿀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불과 매트를 세탁해 그늘에서 건조하고 습기제거제 등과 함께 보관한다. 솜이불 등 두꺼운 이불은 압축팩을 사용해 보관해도 좋다. 압축하지 않은 이불은 바람이 통하는 것을 고려해 부직포 가방 등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가로로 층층이 쌓지 말고 세로로 세워 보관하는 것도 좋다.

지난 2018년 국내 환경뉴스 5위로 선정된 바 있는 라돈침대 파동. '깨끗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 반드시 사후처리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할 이슈다. (환경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018년 국내 환경뉴스 5위로 선정된 바 있는 라돈침대 파동. '깨끗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 반드시 사후처리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할 이슈다. (환경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깨끗한 옷과 몸, 더럽거나 위험한 침구에 두지 말자

청소를 하면 기분이 전환되거나 즐겁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직장인이든 전업주부든 가사노동은 귀찮고 고되다. 대용량 세탁기와 고성능 건조기가 있어도 큼지막한 이불을 빠는 건 쉽지 않은 미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동안 몸을 눕히고 피부와 접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침구는 지금보다 더 자주. 더 부지런히 관리하는 게 좋다.

침구 세탁이 귀찮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기구독 서비스도 나왔다. 호텔 침구류 전문세탁 업체에서 향균 세탁된 베개, 매트리스 이불 커버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자사 브랜드 침구만 이용할 수 있어서 침구를 구매하거나 렌털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지만, 세탁 부담 없이 침구류를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 가지 덧붙일 내용이 있다. 잠자리는 빨래만 깨끗하게 한다고 해서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 침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고, 잘 때 사용하는 전자기기도 안전하게 작동해야 한다.

최근 과거 회수된 이른바 ‘라돈 침대’ 뒤처리 문제가 이슈화됐다. 라돈 방출 물질이 도포된 매트리스를 제작·판매한 부분에 대해 검찰 고발이 이뤄지기도 했다. 잘못된 사건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사후 처리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꼼꼼하한지, 그리고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는 않는지 여부다.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같은 사고가 원천 봉쇄되어야 침구를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과열 위험이 있는 전기매트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리콜 조치를 받았고 지난 2월 26일에는 서울에서 전기매트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깔고 자던 전기장판에서 불이 나 잠을 자던 아이가 화상을 입어 책임소재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먼지와 바이러스의 시대다. 내 주위에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쉽게 측정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과거 어느때보다 그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이 쓰이는 시대다. 깨끗하게 씻은 몸에 깨끗하게 세탁한 옷을 입었대도, 그 몸을 더럽거나 위험한 침구위에 눕힌다면 우리의 삶은 안전할 수 없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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