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기생충 4관왕’이다. 국제영화상과 각본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으나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평소 아카데미의 성향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것 자체가 놀랄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이 뭐냐고 물으면 기자는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호아킨 피닉스’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기자도 봉준호 감독의 소감을 들으며 소위 말하는 ‘국뽕’이 차올랐고, 이미경 부회장의 영어 소감을 들으면서 영화 속에 은연중에 드러났던 자본주의 계급이 떠올라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감들보다 훨씬 더 진하게 남은 것은 호아킨 피닉스의 발언이었다.

조커로 분해 열연한 호아킨 피닉스는 이날 트로피를 움켜쥔 후, 스태프 등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 보다는 인류가 마주한 숙제와 삶의 자세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 발언을 일부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대의를 응원한다. 내게는 공통성이 바로 그 대의다”

“"하나의 사람, 하나의 인종, 하나의 성별과 하나의 종이 다른 종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면서 처벌받지 않는것은 문제다"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으로 깊숙이 들어가 원료를 가져오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죄책감 없이 자연스럽게 고기를 먹고 우유를 마신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과 동정심을 가지고 있으면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모든 생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의 실수를 통해 공부하고 두번째 기회를 얻는 것이 바로 인류애다.”

발언을 듣고 뜨끔했다. 환경 매체에 몸 담았지만, 기자 역시 당연하게 여기거나 죄책감 없이 저지른 행동들이 많았다.

호아킨 피닉스의 발언은 ‘일회용품 쓰지 말고 채식을 하라’는 강요가 아니다. 삶의 태도와 방식이 변하는데 무조건 불편과 희생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힌트다. 이것은 주변의 환경과 사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냐는 ‘관점’의 문제다.

브라운관 속 ‘조커’가 우리에게 물었다. 주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진정한 인류로 거듭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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