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자제하는 소비자, 외식·쇼핑·여행 크게 줄었다
중국 공장 다시 문 열었지만...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 필요
생산·공급망 혼란에 수출 부진 예상, 한국은행 수정경제전망 관심

중국 관광객이 줄고 국내 소비자들이 외식과 여행을 줄이면서 산업의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평소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동대문 디자인센터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 (이한 기자) 2020.2.7/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 관광객이 줄고 국내 소비자들이 외식과 여행을 줄이면서 산업의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평소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 (이한 기자) 2020.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가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외식·쇼핑·여행을 줄였고, 중국 공장들이 멈추면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늘었다. 10일을 전후로 일부 공장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39)씨는 지난 주말 뷔페에서 열 예정이던 가족 모임을 취소했다. 안씨는 “마스크를 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방문도 자제하는 중이다.

서울에서 거주하다 지난해 제주도로 내려간 이 모씨(40)는 “설 연휴 전후로 친정에 다녀오려던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고 말하면서, “평소 지인들에게 ‘제주도 한번 놀러오라’는 인사를 입버릇처럼 건넸는데 요즘은 ‘코로나 지나면’이라는 단서를 꼭 붙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6일 "외식소비 위축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명동이나 동대문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주 금요일 기자가 동대문에 방문해보니 점심시간인데도 DDP 근처를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밀리오레와 현대시티아울렛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안 모씨(42)는 “이곳에 식당을 열었던 이유가 애초에 중국 관광객을 타겟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면서 “중국발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동대문 자영업자들은 크게 휘청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씨와 가족들 역시 최근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고 있다.

◇ 멈춰선 중국 공장, 다시 문 열었지만...완전 정상화는 '글쎄'

관광객 감소와 내수 위축도 문제지만, 부품 생산·공급망이 잘 돌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그 여파가 국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년대로라면 중국은 지난달 30일까지 춘절 연휴에 돌입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자 연휴를 이달 2일까지 한차례 연장했고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달 9일까지 휴무를 연장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상업 기업의 업무 복귀 및 영업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준비된 기업들은 조속히 조업을 재개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후베이성은 13일까지 휴가를 연장했다.

공장이 오래 멈추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자동차 업계다. 지난 여름 일본발 수출 규제 이슈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완성차 업계가 중국발 이슈에서는 영향이 컸다.

오늘(10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 모든 공장이 생산을 중단한다. 11일 일부 공장이 생산을 재개하고 12일 전면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부품 수급 상황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쌍용자동차도 12일까지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차량 전력 공급에 필요한 부품 ‘와이어링 하네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금일 일부 물량이 항공편으로 긴급 공수되어 생산 라인에 투입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급선 다변화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텐진 TV공장, 쑤저우 가전공장은 10일부터 문을 연다. 중국 현지에 10여개의 공장이 있는 LG전자도 생산을 재개한다. 옌타이와 난징의 모듈공장이 멈췄던 LG디스플레이, 쑤저우 LCD공장과 둥관 모듈 공장 가동율을 평소보다 낮췄던 삼성디스플레이도 생산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난진 공장, SK이노베이션 창저우 공장도 가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지 공장에 투입될 인력 중에도 격리 또는 치료 중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도시 봉쇄에 따른 교통 문제 등의 이슈가 있어 완전 정상화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발 중간재 변수, 국내 기업 수출과 신용도에 영향 미치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에 변수가 생기면서 국내 산업 전망도 어두워졌다.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2월 응답 평균 2.1%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2.3%)보다 0.2%포인트 내린 수치다. 정부가 지난해 말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3.0%에 크게 못 미친다. 수출 전망치가 한 달 만에 0.2%포인트 하락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신종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6일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안팎에서 소비심리와 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공급망에 혼란을 줄 수 있으며 여러 산업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도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말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국내 GDP 성장률을 2.3%로 제시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감염병 공포가 진정된 이후 경제지표를 통해 경기안정, 정상화를 확인하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원은 “중국이 3월초 양회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을 공개할 예정이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들도 경기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부양정책을 고려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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