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입⑥] “비건 아니어도 해장에 ‘딱’”…오뚜기 ‘채황’
[비건한입⑥] “비건 아니어도 해장에 ‘딱’”…오뚜기 ‘채황’
  • 김형수 기자
  • 승인 2020.01.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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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오뚜기가 선보인 비건 라면 '채황'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오뚜기가 선보인 비건 라면 '채황'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연시, 지난 밤의 자신을 탓하며 겨우 눈을 뜬 아침이면 쓰린 속을 달래고 해장을 하기 위해 찾게 되는 메뉴가 있다. 냄비에서 물이 끓고 3~4분이면 뜨끈한 국물과 면을 먹을 수 있는 라면이다. 지금까지 비건들에게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다. 라면에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뚜기가 비건들을 겨냥해 출시한 비건 라면 ‘채황’을 먹어봤다. 오뚜기는 채황 스프에  표고버섯과 된장을 넣어 감칠맛을 살렸다. 오뚜기는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깔끔하고 담백한 채소 국물맛이 특징으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채황 라면봉지를 뜯으니 노란색보다는 하얀색에 가까운 색깔이 눈에 띄는 네모난 면과 분말스프, 건더기 스프가 모습을 나타냈다. 다른 라면에서 흔히 봤던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 구성이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냄비에 면을 넣고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를 빠짐없이 탈탈 털어 넣었다. 비교를 해보기 위해 다른 냄비에는 신라면 건면을 끓이기로 했다. 

신라면 건면의 노르스름한 면과 스프 등을 냄비에 담아 비교해보니 채황의 면은 더 하얗게 보였다. 면 위에 뿌린 분말스프의 색깔은 신라면 건면이 붉으스름하다면, 채황은 허여멀건했다. 두 라면 포장지에 명시된 레시피를 따라 두 냄비에 각각 물 500㎖를 붓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바로 한쪽 옆에뒀던 스마트폰에서 스톱워치를 켰다. 채황은 3분, 신라면 건면은 4분30초를 끓여야 했다. 

오뚜기 채황과 농심 신라면 건면을 같이 끓였다.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오뚜기 채황과 농심 신라면 건면을 같이 끓였다.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스톱워치가 2분58초를 가리킬 때쯤 채황이 팔팔 끓고 있던 냄비 손잡이를 들어 그릇에 옮겨 닮았다. 바로 그릇에 코를 가져가보니 익숙한 매운 냄새가 아니라 멸치육수가 떠오르는 냄새가 올라왔다. 국물의 색깔은 고춧가루의 붉은 색보다는 멸치나 조개를 넣고 우려낸 뽀얀 색을 띄었다. 

국물은 색깔이 말해주는 것처럼 전혀 맵지 않았다. 멸치나 조개 같은 해산물을 넣고 끓인 육수에 가까운 맛이 느껴졌다. 얼큰하지는 않았지만 국물이 주는 시원함이 전날 밤 마신 몇 잔의 술이 남긴 술기운을 날려줬다.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맵고 얼큰한 라면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해장 메뉴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톱워치는 4분30초를 가리켰고, 신라면 건면도 냄비에서 그릇으로 옮겨 담은 뒤 맛을 봤다. 딴짓을 하느라 레시피에 명시된 조리시간 3분이 되자마자 먹지는 못했다고하더라도, 채황의 면은 ‘꼬들꼬들파’에게는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로 푹 퍼져 있었다. 입안에 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숟가락으로 채황의 국물을 몇 숟갈 떠먹으니 후추 향이 코를 감돌았다.

자극적이지 않은 데다 입안에 기분나쁜 뒷맛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진 채황을 잠시 뒤로 하고 신라면 건면 국물을 떠먹었다. 갑작스런 매운맛의 공습에 콜록콜록하고 기침이 나왔다. 면의 식감 차이는 크게 느끼게 힘들었다. 

완성된 신라면 건면(왼쪽)과 오뚜기 채황(오른쪽)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완성된 신라면 건면(왼쪽)과 오뚜기 채황(오른쪽) (김형수 기자) 2020.1.18/그린포스트코리아

채황과 신라면 건면을 여러 차례 번갈아 먹어보니 채황이 지닌 특징이 도드라졌다. 채황(1540㎎)의 나트륨 함량이 신라면 건면(1790㎎)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신라면 건면 국물을 먹고 채황 국물을 먹으면 짠맛이 씻겨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한편 채황은 나트륨이 비교적 적게 들어간 데다 빨간 국물 라면이 아니라 하얀 국물 라면이기 때문인지 신라면 건면을 먹고 난 뒤 먹으면 살짝 풍기는 후추향을 제외하면 신라면 건면의 맛과 향을 뚫고 올라오지 못했다. 물로 입안을 힘차게 헹구고 나서야 채황의 맛과 향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반전은 라면을 다 먹고 나서 라면을 끓인 냄비와 그릇 설거지를 끝낸 뒤에도 시간이 40분 넘게 지난 다음에야 찾아왔다. 채황만 먹은 게 아니라 채황과 신라면 건면을 반그릇 정도씩 먹었기 때문에 주요 원인이 어느 쪽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웠지만 입안 가득 소금물을 머금은 듯 빠진 곳 없이 혀 구석구석에서 짠맛이 느껴졌다. 커다란 컵으로 연거푸 물을 들이켰지만 짠맛은 가시지 않고 끈질기게 혀를 괴롭혔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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