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요?”
“탈원전 아닌데 왜 그러는 걸까요?”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6.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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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문재인 정부 탈원전, 지향일 뿐 현상은 아냐”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탈원전’ 괴담은 끊이지 않는다. 고농도 미세먼지도 강원 고성 산불마저도 '탈원전 탓'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쉴새 없이 만들어진다. 건설 예정이던 원전을 취소했을 뿐인데, 탈원전 탓에 미세먼지가 많아졌다는 주장에 매번 팩트체크도 이어진다. 피곤할 법한 일이다.

“어쩔 수 있나요.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죠.”

탈원전 팩트체커 중 한 명인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25년, 양 처장이 반핵운동을 해온 시간이다. 대학 4학년 때부터 탈핵운동에 나서 반평생 이 분야에서 일해 온 그에게는 ‘탈원전’ 팩트체크도 중요한 업무다. 에너지전환포럼에서는 지난 4월부터 아예 ‘바로잡기 보도자료’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2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2/그린포스트코리아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2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2/그린포스트코리아

얼마 전 해당 코너에는 조선일보의 '탈원전은 값비싼 실패… 독일서도 ’밑빠진 독‘ 비판'이란 제목의 기사를 팩트체크하는 보도자료가 실렸다. 해당 보도자료에서는 자국의 에너지전환이 더디게 이뤄짐을 우려한 독일 슈피겔지 기사가 독일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놓고 원전 대체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된 점을 지적했다.

“기사에 대해 저희를 비롯해 다수 언론과 심지어 산업부도 해명자료를 내 반박했어요. 그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인 양 다 무시하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과연 언론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특정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봐요.”

양 처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진정한 ‘탈원전’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향’일 뿐 ‘현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폐쇄를 결정한 원전은 경주 월성 1호기뿐이다. 1983년 가동이 시작돼 2012년 설계수명이 연장된 월성 1호기는 폐쇄 전인 지난 10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제성 평가 결과 발전단가(123원/㎾h)가 전력판매단가(61원/㎾h)보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성보다 앞선 2017년 6월 폐쇄된 부산의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일인 2007년을 10년 넘겨 운영했다. 39년 운영하는 동안 탈도 많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계속 운전의 근거가 됐던 안전검사 결과 보고서에 수학적인 수치를 드러낸 정확한 데이터 대신 추상적 표현밖에 없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2012년 2월에는 발전소 전원이 12분이나 블랙아웃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한 달 넘게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폐쇄하자는 여론에 힘이 실린 적도 있다. 양 처장은 국내 원전들이 충분히 오래 운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탈원전 정책은 계획된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한 게 전부입니다. 건설 중인 5기는 차질없이 계속되고 있어요. 현 정부는 폭주하는 원전 확대 속도를 늦췄을 뿐입니다. 원전 가동률이 줄었다는 것도 탈원전 때문이 아니에요. 국내 가동 원전 23기 중 20년 이상 된 게 17기일 정도로 노후화 됐기 때문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폐쇄된 원전은 모두 174개다. 양 처장은 이들 원전의 평균 가동년수가 30년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원전 역사가 길어지면서 가동년수가 많은 원자로는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양 처장은 안전관리와 원전 해체가 앞으로 더 중요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한 번 사고가 나면 피해를 가늠할 수 없는 게 원전인 만큼 가동률보다는 안전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 처장은 중요한 건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에너지 중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그 가운데 30%가 원전인데 탈원전 반대 진영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소 건설은 1년에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를 위해 이뤄져요. 여름철에는 최대전력수요가 높게 치솟죠. 이런 시기에 최대전력수요를 깎아주게 되면 발전소 건설을 많이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시기에 요금을 비싸게 하는 등 방법으로 최대전력수요를 낮추면 전기를 저장해서 쓰거나 분산해서 쓰게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시스템과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24일 최대 전력수요가 92.5GW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두 달 뒤에는 48GW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은 에너지 수요가 높을 때와 낮을 때의 격차가 큰 편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여름과 겨울 두 차례나 발생한다. 양 처장은 이 시기를 위해 발전소를 추가하기보다는 전력 소비 격차를 낮추는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전이 연료비 기준으로 전기를 사고 있는 점을 큰 문제로 짚었다. 설비를 갖추고 사후처리하는 비용, 환경 비용 등이 빠진 채 당장 전력 단가만 따져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전의 경우 핵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전력 단가에 빠져 있다. 석탄발전소 역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양 처장이 태양광 발전과 비닐하우스가 함께 갖춰진 시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9/그린포스트코리아
양 처장이 태양광 발전과 비닐하우스가 함께 갖춰진 시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서창완 기자) 2019.6.9/그린포스트코리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울창한 숲을 베서 들어가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관목이나 초지가 있는 곳은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단위 면적당 30년 이상된 소나무 숲보다 태양광 발전이 들어가 있을 경우 온실가스 감축량이 30배 많다고 합니다. 1킬로와트시(kwh) 전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숲보다 이산화탄소 흡수가 훨씬 많은 셈이에요.”

양 처장은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발전소를 건설한 뒤에도 생명 친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소는 패널 아래쪽에 식물이 자랄 수 있을 뿐아니라 방사능이나 유해 대기가스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지열 에너지 역시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지열을 통해 겨울철 영하 20도 수준인 온도를 영상 15~20도 정도 높여 놓고 난방을 하게 되면 에너지 효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지구에 저장된 지하수나 지하의 열을 이용한 에너지라 친환경적이다.

정부는 최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전환을 통한 지송가능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제고’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 늘리고, 연료전지 등 수요지 인근 분산전원 비중을 30%로 늘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양 처장의 마지막 말은 정부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는데 새겨들을 만하다.

“최종 에너지에서 80%에 해당하는 수송, 열, 산업 에너지를 어떻게 줄인 것인지가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력 부문에서는 2040~205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가 대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가끔 정부 정책 실현이 어렵다며 관료 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을 쓰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seotiv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