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규제망 쏙속 빠져나간 미세먼지 기업들
환경단체 "허술한 규제가 배출조작 비리 방치"

지난 7일 실시한 수도권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수도권 미세먼지(PM2.5) 하루 배출량(147톤)의 4.7%에 해당하는 평균 6.8톤을 감축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는 7일 서울 하늘. (사진=채석원 기자)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하늘. (사진=채석원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동안 여수산단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을 측정업체와 짜고 불법 배출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협약을 맺고, 뒤에서는 미세먼지를 몰래 배출한 것이다. 이런 몰염치 사업장은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 ‘2018년 626개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공개하면서 배출량이 전년보다 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배출조작사건에서 드러났듯 고의적으로 배출량을 축소 보고한 것이라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환경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배출량은 더 늘 수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7일 성명을 통해 “국내 대기오염 관리 정책에 심각한 구멍이 드러났다”며 “사업장이 오염배출량을 ‘셀프측정’하게 하는 정부의 규제 방식이 배출조작 비리를 방치하고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매주 1회~반기 1회 등)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자체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여수산단 배출조작 사건을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2015년 ‘디젤게이트’에 이은 집단적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정 기준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 배출부과금을 내지 않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가 짊어지지만 기업들은 이익 챙기기에 더 바빴다. 게다가 이번 여수산단에 대한 조사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기오염 배출조작 행태는 전국 다른 사업장에서도 번번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 유착구조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허술한 규제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빚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강화 및 예외 허용 금지 △수도권에 한정된 대기오염 총량관리지역 확대 △30년간 유지된 대기 배출부과금 현실화와 오염자 부담 원칙 실현 △전국 모든 사업장의 대기오염 배출량(TMS) 실시간 모두 공개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앞서 환경부와 영산강유역청은 대기오염물질에 대해 불법적으로 배출을 조작한 여수산단내 업체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무려 235개 배출사업장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2015년부터 4년 동안 총 1만396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치를 줄이거나 허위 성적서를 발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는 (유)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 4곳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들 측정대행업체 4곳과 공모가 확인된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주)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주) 광양태인공장, (유)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검찰에 우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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