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00 시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대 아반떼를 모는 서울 중구에 사는 서 모씨(34)는 26일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강원도 지역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두살바기 딸을 데리고 스키장에 눈썰매를 타러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분 좋은 나들이 후에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다가 가평휴게소에 들러 기름을 채운 뒤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3만원 어치를 주유한 서 씨의 아반떼 차량 게이지는 한칸 반 정도가 찰 뿐이었다. 리터당 2098원, 약 14리터 정도의 기름만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예전에는 3만원이면 두 칸은 족히 채울 수 있었다"면서 "이젠 기름값이 비싸 나들이도 자제해야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기름값이 비상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서민들의 생활 물가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휘발유 2000원 시대는 과연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7일 석유정보사이트인 페트로넷에 따르면 1년 전인 2011년 2월 대리점 판매가 평균은 1850원이었다. 현재 가격과 약 150원 정도 차이가 난다.

5만원 어치 휘발유를 넣는다고 봤을 때 1년 전에는 약 27ℓ를 넣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25ℓ 정도를 넣을 수 있다. 약 2ℓ 가량을 덜 넣게 되는 것이다.

줄어든 휘발유로는 대표적인 중형 차량인 YF소나타 터보 GDi 모델의 경우 25.6km, 준중형인 아반떼 GDi 모델로는 35km를 더 갈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시민모임과 같은 민간단체는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외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두바이유가 130 달러를 넘어서면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는 원칙이다.

근거로는 과거 유가 상승 당시 차량 이용이 줄어드는 결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카드로는 서민들에게 미치는 물가 안정 효과가 적다"며 "원칙에 따라 논의하게 될 것"이라 못박았다.

하지만 당장에 피해를 보는 계층을 위한 지원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휘발유 가격 인상이 미칠 수 있는 대상을 봐야 한다"면서 "일단 영향이 없는 고소득층, 대중 교통 이용과 같은 대체 수단이 있는 일반층 그리고 대체재 자체가 없는 생계형 운전자층으로 분류해 보면 사실상 생계형 운전자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생계형 운전자들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대신 유가환급금 제도 도입 등의 부가적인 정책 카드를 꺼내 들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008년 당시 생계형 운전자 층을 위해 유가환급금 제도를 시행, 연간 총급여 3천6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 25만원을 지급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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