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당시 현장조사 없이 서류만 확인
뒤늦게 조사해 '재활용 불가능' 판정
이달 중 폐기물 불법 수출 방지 대책 발표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환경부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국내로 돌아온 폐기물을 재활용 불가 판정했다. 필리핀 현지와 평택항에서 육안 조사를 벌인 뒤 내린 조치다. 수출 전 환경부와 관세청이 꼼꼼히 조사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7일 평택세관 등과 함께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장(CFS)에서 폐기물 컨테이너 일부를 개봉해 종류와 재활용 선별 여부를 조사·검토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속여 필리핀으로 넘어간 폐기물 6300톤 중 현지 항구 컨테이너 51대에 담긴 1200톤이다.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선이 지난 3일 평택항에 들어왔다. (그린피스 제공) 2019.2.7/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선이 지난 3일 평택항에 들어왔다. (그린피스 제공) 2019.2.7/그린포스트코리아

이에 앞서 환경부는 필리핀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불법 수출 사실을 확인하면서 육안 조사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는 폐기물이 국내로 다시 돌아온 뒤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되돌아온 폐기물은 평택시 폐기물 종합처리 방안에 따라 처리된다. 평택시는 처리 계획을 세울 때 환경부와 협의를 거칠 계획이다. 비용은 처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불법 수출업체에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관세청 역시 관세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1200톤, 10월에는 5100톤의 생활쓰레기가 섞인 폐기물을 폐플라스틱으로 속이고 필리핀에 수출했다. 환경부는 현재 필리핀 정부와 필리핀 현지에 남아 있는 쓰레기 5100톤을 놓고도 반입 시기와 절차 등을 협의 중이다.

환경부는 이달 중 ‘폐기물 불법 수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불법 수출 사태를 계기로 폐플라스틱 수출신고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분석 중이다.

현재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출은 환경부에 신고하고 관세청을 통해 수출해야 한다. 환경부 수출신고는 수출 계획서, 해당 폐기물의 성상 분석서 등 구비 서류만 완비하면 허가받을 수 있다. 6300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재활용 폐플라스틱으로 둔갑해 필리핀으로 건너갈 수 있었던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도 수출신고를 받고 신고 수리를 할 때 현장 조사를 나가지 않은 책임이 있긴 하다"면서도 "현장조사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인력도 부족했다. 수출 신고 후 과정은 관세청, 즉 세관에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 발표될 환경부 대책은 현장 조사나 관세청과의 협업 확대, 제도상 미흡한 부분을 개선·보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업체가 허술한 규제망을 이용해 수출을 통과하기까지 환경부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팀장은 “강력한 법적용만으로 불법쓰레기 수출 문제가 사라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지난해 폐기물 대란부터 이번 불법 쓰레기 수출 사태를 지켜보면 근본적인 소비량 감축을 위해 생산자책임 확대 등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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