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제 에너지전환 컨퍼런스 개최
“풍력발전 지원·계통 여건 고려·산업 생태계 강화해야”

22일 ‘기후위기시대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 에너지전환 컨퍼런스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22일 ‘기후위기시대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 에너지전환 컨퍼런스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독일 등 주요 에너지전환 선도국처럼 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발전 지원을 확대하고 전력 계통 여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인프라와 지역산업 기반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22일 국제 에너지전환 컨퍼런스 개최

2021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146기가와트(GW)에 달하며 신규 발전설비 대부분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달성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정책 패키지를 통해 2035년 총 전력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런 추세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처음으로 30GW대로 진입했다. 발전 비중도 아직 확정 수치가 공표되기 전이긴 하지만 약 8%대로 전년 대비 약 1%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2일 ‘기후위기시대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 에너지전환 컨퍼런스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공단과 독일 경제기후보호부가 후원한 이번 컨퍼런스는 공공, 민간, 학계,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의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 “풍력발전 지원·계통 여건 고려·산업 생태계 강화해야”

축사를 맡은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최근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제시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21.5%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상훈 이사장은 먼저 대규모 보급이 가능한 풍력발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약 9대1에 육박하는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비중을 균형있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국도 덴마크 에너지청(DEA)과 같은 역할을 할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덴마크는 발전지구 지정, 환경영향평가 승인, 발전사업 허가 등 일련의 복잡한 업무를 에너지청에 일괄한 ‘원스톱 샵’ 도입으로 풍력발전이 가동되기까지의 절차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계통 여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국내 산업발전과 함께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계통이 받쳐주지 않고 설비용량만 늘려서는 결국 계통 부담으로 인한 출력정지 사태를 빚을 수 있고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또한 대형 풍력 터빈 실증,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 영농형 태양광 기술의 조기 상용화 등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독일·일본의 에너지전환 사례와 시사점

독일의 기후·에너지전환 주요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디미트리 페시아 선임연구원은 “독일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지난 30년 동안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왔다”며 “그럼에도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도 2배 이상 더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디미트리 선임연구원은 “향후 에너지전환에서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전기화’가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독일에 비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수준이지만 한국은 산업과 기술 경쟁력이 좋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새로운 산업 비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43%다. 

오바야시 미카 일본 자연에너지재단 소장은 “일본도 재생에너지 비율이 2021년 기준 22%로 독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일본에서는 태양광발전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태양광발전 확대에 제약 요소가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용이 줄어들면서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면서 태양광발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태양광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2010년 3.6GW에서 지난해에는 74GW까지 증가했다. 

오바야시 소장은 “일본에서도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낮은 수준”이라며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일본의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2010년 2.5GW에서 지난해에 4.5GW로 소폭 증가했고,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의 16분의 1수준이다. 

◇ “재생에너지 확대·섹터 커플링 인프라·지역산업 기반 마련 필요”

주요국 에너지전환 사례를 토대로 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한국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과제들이 제시됐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한국은 재생에너지가 많아져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면서 ‘섹터 커플링’을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은 잉여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열, 수소 등)로 변환하여 저장했다가 발전·난방·수송 부문으로 다시 변환해 사용을 기술을 말한다. 섹터 커플링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기상 조건에 따른 발전량 변동 등)을 해결하는 필수 기술로 주목받아왔고,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흡수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권필석 소장은 “섹터 커플링을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와 제도적 준비가 같이 고민되어야 한다”며 “특히 수송과 건물, 산업 부문에서의 인프라 준비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배터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에 장점이 있는 만큼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탄소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선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국내 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수용성 문제 해결이 과제인 상황에서 현 정부는 재생에너지 관련한 투자는 물론 언급조차도 주저하게 하고 있다”며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분산화된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지역의 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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