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에 개입하고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7시께 친구에게 "가는 길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네" 등의 문자를 보낸 뒤 잠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친구에게 보낸 문자에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 원룸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첨부했다. 문자를 받은 친구가 오전 8시20분께 경찰에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신 전 사무관 원룸에서 세 장짜리 유서와 함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이후 오전 11시19분께 신 전 사무관 모교인 고려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신 전 사무관이 남긴 글의 전문이 공개됐다. 이 글은 신 전 사무관 친구가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신 전 사무관은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었다.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 거라는 부채의식”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회사 나오고 아무 생각 없이 강사 할 수가 없었다. 계약은 맺었었지만 도저히 할 수 없었다”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말한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일베 회원이 아닐 뿐더러 자유한국당도 싫어한다는 말을 글에 적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더 긴 유서는 제 신림 집(원룸)에 있다.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가 유서를 올려줄 것"이라며 "모텔에서 쓴 이 유서도 어떻게든 공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은 이날 낮 12시 40분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구급차 2대와 소방 버스, 경찰차 7대 등을 동원해 신 전 사무관의 신병을 확보했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신 전 사무관은 현재 신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전 2시30분께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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