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기 마치고 4년 연장 근무한 임원도
만료 전 퇴임한 경우도 '개인 사유' 많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을 부른 '환경부 문건'에 언급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20명(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1명 제외)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임원은 5명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외압 논란이 있는 1명을 제외한 많은 수가 개인 사유로 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문건에 나오는 임원 15명은 기존 임기보다 오래 직을 유지하거나 현재까지 직을 수행하고 있다. 

28일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내용을 확인한 결과, 문건에 이름이 언급된 인물 중 한국환경공단 2명, 국립생태원장, 낙동강생물자원관장, 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 등 총 5명이 임기 전 사퇴했다. 

문건에 언급된 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임원 7명 중 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 했다. 이사장과 상임감사가 각각 임기보다 8개월, 5개월 앞서 퇴임했다.

문건에 언급된 한국환경공단 임원 7명 중 5명은 임기보다 오래 근무했다. (서창완 기자) 2018.12.28/그린포스트코리아
문건에 언급된 한국환경공단 임원 7명 중 5명은 임기보다 오래 근무했다. (서창완 기자) 2018.12.28/그린포스트코리아

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1월 사표를 제출했으나 후임자가 없어 지난 4일 장준영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10개월 남짓 임기를 이어갔다. 전병성 전 이사장은 박천규 현 환경부 차관이 기획조정실장 시절인 지난 1월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 중이다.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는 지난 4월 퇴임했다. 김 감사는 퇴임 이유를 놓고 “자신을 임명한 사람(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과 유죄 선고까지 받았는데 감사직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식 임기인 5월보다 앞선 2월에 물러난 안영희 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그린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임기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면 학기 중이라 누가 될 수 있어 작년에 미리 사표를 냈다”면서 “이미 강의계획표나 시간표도 작년에 미리 짜 놓았던 상황”이라고 사퇴 압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안 전 관장은 현재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희철 전 국립생태원장은 임기 만료를 1년 10개월 앞둔 지난 2월 퇴임하고 다음달 환경부 유관기관 간부로 자리를 옮겼다. 

김원민 전 한국상하수도협회 상근부회장은 임기 만료를 1년10개월 앞두고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임했다. 상하수도협회는 자유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회장을 맡은 단체다.

◇'사표제출 예정' 분류된 산하기관장 2년째 건재 

'환경부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 중 임기 전 퇴임한 5명을 제외한 15명은 임기를 채웠거나 임기를 연장해 근무했다.

한국환경공단 임원 중 이사장과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임기보다 오래 자리를 유지했다. 문건에 ‘반발’이라 적시된 강만옥 전 경영기획본부장은 임기 4개월 뒤인 지난 8월 사퇴했다. 강 전 본부장은 신임 이사장 공모에도 지원한 바 있다. 

나머지 ‘사표제출’로 언급된 임원들 역시 임기를 넘어 퇴임하거나 현재도 근무 중이다. 최익훈 물환경본부장은 이번 달에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지난 2월이 임기 만료인 신동석 전 기후대기본부장도 이번 달까지 근무했다.

권영석 전 환경시설본부장은 임기 2년에 1년 연장을 채우고도 8개월 더 자리를 유지한 뒤인 지난 2월 퇴임했다. 박응열 자원순환본부장은 지난해 4월이 임기 만료였지만, 별도의 임기 연장 없이 여전히 직을 수행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임원 5명 중에서는 임기 전에 그만둔 임원이 없었다. ‘후임 임명시까지는 근무’라 적힌 이진화 상임감사는 임기를 6개월 넘긴 지난 7월 임기를 마쳤다.

‘사표제출’이라 언급된 나머지 임원 3명 역시 임기를 연장했다. 최운규 경영기획본부장은 임기를 1년 4개월 넘긴 지난 8월 임기를 마쳤다. 정정국 탐방관리본부장 역시 임기보다 1년 3개월 뒤인 지난 7월 퇴임했다. 김상배 자원보전본부장은 지난 6월 임기를 1년 연장해 임기 종료일이 내년 6월이다.

‘사표제출예정’이라고 적힌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여전히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후임 임명시까지만 근무’라고 적시된 김용진 환경사업본부장은 임기를 1년 연장한 올해 9월까지 직을 수행했다.

역시 ‘사표 제출’이라고 적힌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 임원 4명 중에도 임기 전에 물러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진호 전 상임감사가 임기를 2주 연장한 지난 3월 퇴임했다. 지난 8월 퇴임한 이용재 전 기획이사와 김낙빈 전 사업이사는 각각 2년과 4년 더 오래 직을 유지했다. 김성수 전 운영이사 역시 임기를 1년 더한 지난 1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환경부 문건을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돼 파문을 일으킨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와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특정한 목적으로 리스트를 만든 후에 거론된 사람에게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게 블랙리스트이고, 반대로 화이트리스트는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이 문건 자체만으로 그런 전후관계가 전혀 파악된 게 없어 과연 이게 블랙리스트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문건에 거론된 한 환경부 산하기관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이전 정부에서도 전 정권 때 임명된 산하기관장은 교체되는 게 관례였다. 오히려 더 심했다"며 "직원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블랙리스트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보수매체의 '내로남불' 공세는 지나친 흠집내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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