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좀 작작 마시라는 충언, 제 입장에선 비수나 다름없다”

소설가 이외수 (사진=이외수 페이스북)
소설가 이외수 (사진=이외수 페이스북)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크리스마스는 또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크리스마스입니까.”

소설가 이외수가 “해마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나 무슨 기념일이 되면 제게는 정말 최악의 상황들이 벌어져서 도저히 술을 마시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일들이 벌어지기 일쑤”라면서 씁쓸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처럼 밝히고 “제 처지를 전혀 모르면서 쓸데없는 배려심만 간직하고 있는 족속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술 좀 작작 마시라는 충언을 불쑥불쑥 던지곤 하지만 그건 사실 제 입장에서는 비수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이외수는 “제가 얼마나 교활하고 야비하고 잔인한 덫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지, 측근들조차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가족이라 하더라도 모두들 이기적인 존재들일 뿐, 진실과는 너무 먼 거리에 존재하는, 완벽한 타인들일 뿐”이라면서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평생 삼재로 알고 살아가는 놈한테 명절이 어디 있겠으며, 크리스마스는 또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크리스마스인가. 기념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개 같은 날들의 연속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무려 5일 동안 집필실을 비우고 있었다”면서 “돌아오니 반겨 주는 가족들은 아무도 없고 재수감된 죄수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거위들과 강아지들이 반가움을 나타내 주어서 조금 위안은 되는 듯했다”라고 말했다.

이외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외로움은 더 짙어졌고 상처는 더 깊어졌다. 개떡 같은 기분 속에서 2018년의 크리스마스는 지나갔다. 6일만 지나면 2019년 돼지해가 온다”면서 “현재 제 체중은 47.5㎏이다. 분골쇄신 밤잠 못 자고 일해서 돌아오는 건 가족들의 불만밖에 없으니 새해에는 열심히 먹고 살이나 뒤룩뒤룩 찌워 봐야겠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가끔 제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분들 중에는 1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전혀 구분치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은 자신이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또는 자신이 편집해서 간직하고 있는, 아니면 남들에게 전해들은 이외수에 대한 정보만으로 이외수를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계시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글에서 그는 “제 건강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시는 듯한 어투로 제게 담배를 끊으라는 충언을 서슴지 않으시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면서 “물론 제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것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지만 저는 그분들께 고마움보다는 서운함이나 무안함을 느낄 때가 더 많다”고 했다. 이 외수는 그 이유에 대해 “그분들은 제게 관심이 개뿔도 없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저는 이미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이외수는 위암 3기, 폐기흉, 유방암까지 겹쳐 오랫동안 투병했다. 그는 암으로 위를 절제해 위가 아예 없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외수는 강원 화천군 이외수 감성마을의 집필실 대부료 부과를 놓고 벌인 화천군청과의 법정다툼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화천군청을 상대로 낸 사용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뒤 “13년 묵은 체증이 단 한순간에 다 내려간 듯한 아주 개운한 느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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