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 '타타철강'서 날아오는 재 받아먹는 아이
시의회·주민들, 작품 지키려 보안요원·보호막 설치

입을 벌린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생긴 '잿더미'를 받아먹는 아이의 모습.(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2018.12.24/그린포스트코리아
입을 벌린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생긴 '재'를 받아먹는 아이의 모습.(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2018.12.24/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얼굴없는 예술가’로 알려진 뱅크시가 ‘대기오염’을 꼬집는 벽화를 그려 화제다.

뱅크시는 최근 ‘철강도시’ 영국 사우스웨일즈 포트탤벗의 한 차고 벽에 입을 벌린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처럼 생긴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 아이가 먹는 ‘눈’이 사실상 공장에서 발생하는 잿더미임을 알 수 있도록 직각으로 이어진 옆 벽면에 타오르는 통을 그려 넣었다.

하루에 수백명 이상이 뱅크시의 '충격 반전' 작품을 보기 위해 포트탤벗으로 몰리고 있다. 개중엔 작품을 훼손하려는 시도도 있어 시의회는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작품 주변에 펜스도 설치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술에 취한 사람이 뱅크시의 작품을 훼손하려다 보안요원에게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지역주민인 개리 오웬은 “이 작품은 포트탈벗은 물론 주변 지역 모두를 위한 그림”이라며 “그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레이첼 허니존스도 “작품이 그려진 벽을 보호하기 위해 밤을 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작품 보호를 위해서 보안요원이 추가로 배치되고, 보호용 플라스틱 판도 작품 앞에 설치된 상태다. 이를 위한 비용은 이곳이 고향인 유명 배우 마이클 쉰(Michael Sheen)이 지불했다.

그는 “뱅크시 작품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에 필요한 비용과 벽화가 그려진 차고 소유자 이안 루이스(Ian Lewis)가 재정적 부담을 겪지 않도록 관련 비용을 모두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업가도 무료로 보호 덮개 설치 비용을 댔다.

뱅크시가 포트탤벗에 이 같은 그림을 그린 것은 타타철강(Tata Steel Plant)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작품을 공개하면서 타타철강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게시물은 'Littel Snowflake(눈송이가 내 머리 위로 떨어져요)' 노래를 배경으로 했으며 ‘Season’s greeting(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마을주민들도 이 철강업체에서 날아오는 검은 재가 포트탤벗 내 주택들과 자동차, 애완동물을 덮고 있어 뱅크시의 새 작품에 영감을 준 것 같다고 말한다.

차고 주인 루이스도 “도시의 대기오염 때문에 뱅크시의 새 작품 장소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도시' 포트탤벗은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영국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로 꼽은 곳이다. 당시 이를 두고 논란이 일어 WHO는 측정 수치가 잘못됐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타타철강 모습.2018.12.24/그린포스트코리아
타타철강 모습.2018.12.2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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