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항균물질 트리클로산 대처에 소극적”
“미국도 안전성 뒷받침할 근거 제시 못했다고 지적”

항균물질을 함유한 비누 등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항균물질을 함유한 비누 등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항균물질을 함유한 비누 등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항균제품에 든 화학성분이 몸에 쌓이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항균 비누의 세정 효과과 일반 비누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항균 물질은 세균이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성장 억제 효과를 가진 화학물질을 일컫는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목한 항균 물질은 ‘트리클로산(triclosan)’. ‘항균 99.9%’ ‘항균 작용’ ‘살균 효과’ 등을 내세운 손세정제, 구강청결제, 치약, 비누, 샴푸, 로션 등 다양한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성분으로, 1970년부터 오랫동안 사용된 대표적인 항균 물질이다. 과거에는 병원용에서만 사용됐지만 언제부터인가 병원용 제품에 물을 타 농도를 희석한 뒤 다양한 소비재 제품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엔 양말이나 속옷 등의 섬유 제품, 칼과 도마 등 다수의 생활용품에도 사용된다.

환경운동연합은 트리클로산의 무분별한 사용이 증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했다. 특히 수질오염이 트리클로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했다.

2014년 3월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 결과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위생용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탓에 배수로, 하천 등 생태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문제는 호수에 녹아든 트리클로산이 햇볕에 노출되면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으로 분해된다는 점. 이로 인해 어류와 조류 등 해양 생물 및 수중 생태가 심각하게 교란됐다. 이후 트리클로산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미네소타주는 미국 최초로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소비자 제품 판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트리클로산이 발암, 환경호르몬 작용, 항생제 내성을 유발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위생용품에 트리클로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리클로산이 비누와 같은 위생용품에 사용될 때 질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오히려 트리클로산은 환경호르몬으로 동물의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트리클로산이 생체 축적성과 잔류성으로 몸과 환경 속에서 그 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2년 스웨덴의 연구에서 여성의 모유 속에 높은 농도의 트리클로산이 존재한다는 점이 밝혀졌고,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75% 이상의 미국인들의 소변에서 트리클로산이 발견됐다고 보고한 점을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트리클로산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난해 12월 트리클로산 포함 23개 항균 성분을 최종적으로 금지했다. 미국 FDA(식약청)는 “이들 성분은 일반적으로 안전하지도 않고 효과적이라고 인정되지 않았으며 제조사들도 항균 효과는 물론 안전성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2014년 국정감사 때 트리클로산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6년 또 다시 일부 치약과 가글액 등 구강용품에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논란을 부르고서야 치약과 구강용품에 한해 사용금지 조처를 내렸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 위해성 평가 결과 기존 허용기준 이하로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체세정용 제품의 트리클로산 허용치는 0.3% 이하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관련 산업계를 의식해 (식약처가) 국민 안전에 너무나 소극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트리클로산이 포함된 항균 비누가 일반 비누나 물로 씻을 때보다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면서 “2015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에 따르면 국내 23개 업체가 취급하는 항균 성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트리클로산으로 조사됐는데 정작 항균 비누의 살균 세정효과는 일반 비누와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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