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모기가 지구에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다”
비관론 “장구벌레 기반 생태계 무너질수도” 우려

모기 박멸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내면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모기 박멸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내면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그린포스트코리아 채석원 기자] 모기 박멸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내면서 생태계 교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기를 박멸해도 지구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는 낙관론과 큰 생태계 혼란이 빚어질 거라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모기 박멸 방법은 여럿이다. 유전자조작으로 수컷 모기가 많이 태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딱정벌레 유충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엔 특정 박테리아를 감염시킨 수컷 모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생명과학 사업 부문인 베릴리(Verily)가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카운티에서 모기 개체 수를 95%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IT기업답지 않게 모기 박멸에 나선 건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을 막기 위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모기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생명체다. 한 해 무려 72만5000명이 모기에 물려 뎅기열, 치쿤구니야 열병, 지카 바이러스 등으로 죽고 수백만 명이 감염으로 고생한다. 전쟁이나 범죄 등으로 죽는 사람, 즉 사람 때문에 죽는 사람은 47만5000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모기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프레즈노 카운티에서 문제가 된 모기는 2013년 처음 나타나 급속도로 확산한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다. 주민이 마당이나 현관에 나가길 꺼릴 정도로 이집트숲모기가 번성하자 카운티 정부가 모스키토메이트란 회사와 손잡고 모기 박멸에 나섰다. 이 회사는 모기를 볼바키아(Wolbachia)란 박테리아에 감염시키는 기술을 고안했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와 교미한 암컷 모기가 낳은 알은 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글이 프로젝트에 합류한 까닭은 박테리아 감염 모기를 보다 선진적이고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방사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베릴리는 기계를 통해 모기를 키우고, 성별까지 분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베릴리의 도움을 받은 모스키토메이트는 6개월간 1500만마리가 넘는 모기를 방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사람을 무는 암컷 모기의 수가 3분의 2로 감소한 것. 올해 실험에선 모기 개체가 무려 95%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의 이니스파일에서 진행한 두 번째 프로젝트에선 모기 개체 수를 80% 줄이는 데 성공했다. 모기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황폐화한 지역에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질병 유발 모기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모기의 생태학적 역할이 아직까진 철저히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는 모기가 지구에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가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가 사라지면 장구벌레를 먹고 사는 물고기나 곤충, 도마뱀 등 상위 포식자들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모기는 꽃가루 수분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모기가 사라지면 수많은 식물이 멸종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산하 전문위원회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자연에 적용해 특정 생물을 멸종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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