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개 구간으로 설계 변경…수림 보존·도로여건 개선

 

 

[그린포스트코리아 제주=고현준 기자] 삼나무 벌채 논란 등으로 중단됐던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주민의견 수렴과 전문가그룹 자문 절차를 거쳐 생태 및 경관도로의 기능을 강화해 재추진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비자림로 확장과 관련, 2개월 동안 지역주민 여론수렴, 전문가(식물, 조경, 경관, 환경, 교통 분야)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전체 구간을 총 3개 구간으로 분리, 삼나무 수림 경관을 살리면서 협소한 현재의 도로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안이 마련됐다.

개선안은 비자림로 확장의 필요성과 함께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의 보존여부 및 도로경관 개선 방안에 대해 자문위원회에서 현장답사를 포함한 논의를 통해 제시된 자문의견을 보완해 지난 22일 최종 확정했다.

당초 설계에 반영된 교통량 조사결과는 일평균 7843대(2020년)~9153대(2039년)로 예측·산정돼 편도 1차로(비확장)일 경우 V/C(교통량 대 용량비) 값은 0.68~0.79, 서비스 수준 ‘D~E’로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교통량 조사결과(2018년 10월 18일 07시부터 24시간 조사)에서는 하루 1만440대로 조사돼 편도 1차로(비확장)일 경우 V/C값은 0.94~1.35, 서비스 수준은 설계당시 보다 낮은 ‘E~F’로 분석돼 자문위는 4차로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또한 자문위는 현재 식재돼 있는 삼나무는 관리가 미흡하고 수형이 빈약해 보존가치가 떨어지지만 가급적 존치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개선안에 반영했다.

제주도는 자문위의 의견을 반영해 확장노선 전체 2.94km를 3개 구간으로 나눠 삼나무 수림 경관을 유지하며, 도로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1구간(비자림로 진입부에서 제2대천교, 0.9km)은 도로선형 조정이 곤란한 구간으로, 도로유효폭을 당초 24m에서 22m로 2m축소하고, 도로부지 여유폭도 당초 계획에서 3~4m 축소한다.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1.35km)은 최장 구간으로 현재의 왕복 2차로 좌·우측 수림을 그대로 보존한다. 우측 목장 방풍림을 존치시켜 중앙분리대(평균 8m)로 활용하고, 계획됐던 2차로는 목장부지(현재 초지대)를 활용해 수림훼손 없이 도로주행성을 향상시킨다.

3구간(세미교차로~종점부, 0.69km)은 벌채가 이미 진행된 상태로 좌측 수림은 최대한 보전하면서 우측은 벌채된 구간을 활용해 확장한다. 도로유효폭과 도로부지 여유폭은 1구간과 마찬가지로 각각 24m에서 22m로, 3~4m를 축소한다.

이처럼 도로노선을 3개 구간으로 구분해 수림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면 삼나무 등 벌채 면적은 당초 4만3467㎡에서 2만1050㎡로 51.6%(총 2만2417㎡) 대폭 감소하게 된다.

제주도는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체 공사구간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는 2구간의 기존 수림을 보존하면서 도로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2구간의 기존 삼나무 수림을 그대로 유지하고, 초지대인 목장부지를 활용해 2차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삼나무 수림은 삼나무가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일부 솎아내 제주 고유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수종을 교체해 생태여건도 개선한다.

특히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숲길을 조성해 환경친화적인 도로로 기능을 강화한다.

1·3구간 중앙분리대(폭 3m)에는 당초 관목류 식재 계획에서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중앙분리대를 4m로 확장해 산딸나무, 사람주나무, 단풍나무 등 교목을 식재한다.

동절기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중앙분리대 교목식재 구간 및 기존 삼나무 존치 구간에는 염수 자동분사시설을 설치한다.

종점부 회전교차로 구간에 위치한 잣성 추정 돌담은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 일부 돌담은 원상복구 후 보존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회전교차로 시설계획은 잣성 추정 돌담 우측 14m 지점으로 조정해 잣성 추정 돌담이 훼손되지 않도록 계획을 변경한다.

한편,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동부지역(구좌·성산지역)의 주민숙원사업으로, 지난 2009년 주민요구에 의해 국비(2017년 특별교부세 10억원)를 확보하면서 올해 6월 착공했다.

그러나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 삼나무 훼손에 대해 강력 반발로 공사 착공 한 달여 만에 사업이 중단됐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이번에 마련된 비자림로 경관도로 조성 대안은 환경단체 등에서 논란이 됐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의 기능별 위주의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계획을 지양한 것”이라며 “주변 자연경관을 고려한 환경친화적인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장기간 고민한 결과”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번 계획 변경으로 인해 일부구간 추가 용지편입 및 경관도로 조성 위한 교목추가 식재, 염수자동분사시설 설치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예측되나 사업비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포함해 보완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 내년 2월부터 정상적으로 확장공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안 부지사는 “앞으로 새로운 도로 건설시 비자림로 경관도로 조성 사례를 거울삼아 환경 친화적인 경관도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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