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정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나
대만은 정말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나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8.11.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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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 "2025년까지 변함없이 추진"
대정전 사태가 불씨…한국은 이상 없어
고리원자력발전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원자력발전소(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대만 탈원전’ 국민 투표 결과를 놓고 한국에서도 논란이 크다. 자유한국당과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대만이 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국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부 언론도 “대만 국민이 탈원전 정책을 중단시켰다”며 한국당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만은 정말 이번 투표로 2025년까지 목표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걸까.

지난 24일 대만에서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 투표 안건은 모두 10건. △화력발전소 건설 및 확장 중단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피해 지역 농사물 및 식품 수입 금지 조치 유지 △동성애 결혼 불인정 현행법 유지 △동성애 관련 교육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모든 원전을 2025년까지 전부 운전정지해야 한다는 전기사업법 조항(95조 1항)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안이 유권자 중 유효동의자 비율 29.84%로 통과됐다. 

이에 앞서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듬해 1월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조항을 전기사업법(95조 1항)에 포함했다.

국민투표 직후 대만의 콜라스 요타카 행정원 대변인은 “2025년의 탈원전 목표는 변함없다”고 탈원전 정책 폐기에 선을 그었다. 이번 국민투표의 효력에 정부의 제 2, 3 원전의 수명 연장이나 제4원전의 가동 강제 요구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만의 제1원전(친산1,2호기)은 이미 폐쇄됐으며 노후된 제2원전(만샨1,2호기), 제3원전(가오슝 1,2호기)은 2025년 이전에 수명이 끝난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제4원전(룽먼1,2호기)는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요타카 대변인은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려면 완료 이전인 5~15년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연장 신청해야 하는데 제2원전은 신청기한이 이미 지났으며 제3 원전은 내년 7월 이전에 연장을 신청하면 되지만 정부는 그럴 계획이 없다"며 "제4원전 역시 재가동한다해도 절차상 2025년이 지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탈원전을 이미 달성한 상태여서 가동 필요성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만 총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9%로 줄어든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5%로 증가 추세다.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원전을 제로화하고 재생에너지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이번 대만 국민투표에서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 감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확장 중단 등 에너지전환정책도 통과됐다는 점은 다루지 않고 전기사업법 조항 폐기만 강조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히 화력발전소 발전량 감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일본 후쿠시마 인근 농산물 수입금지는 각각 유효동의자 비율 40.27%, 38.46%, 39.44%로 통과된 데 견줘 전기사업법 탈원전 조항 폐기는 29.84%로 가장 낮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대만 국민 결정은 탈원전 추진 과정과 에너지 수급 환경이 닮은 우리가 특히 눈여겨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과 한국의 원전 환경이 닮았는지도 논란이다.

대만 국민투표 결과의 주요 배경은 지난해 여름 828만 가구가 단전 피해를 입은 대정전 사태가 꼽힌다. 대만 전체 가구의 64%가 정전사태를 겪자 탈원전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수급 불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올해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난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력 수요 증가에도 국내 전력예비율은 10%를 웃돌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유지했다. 대한전기학회에서도 “공급능력·추가 예비자원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만이 탈원전 때문에 전력난을 겪었다는 주장 자체도 의견이 엇갈린다. 

환경운동연합은 26일 논평을 통해 “작년 여름 대만의 정전 사건은 한 번에 가스발전소의 밸브가 잠기는 인적실수로 멈추면서 발생했다”며 “오히려 대용량 발전소 밀집이 전력 안정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규모에서도 대만과 한국은 크게 차이가 난다. 대만은 원전이 총 6기에 그치지만 한국은 4배에 가까운 23개가 가동되며 5기를 건설 중이다. 국토 면적 내 원전 밀집도도 세계 1위다.  대만 탈원전 정책은 기한이 2025년까지지만  한국은 60년 가까이 늦은 2080년대나 에너지 전환을 완료하는 장기계획이라는 점도 다르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가 이번 대만의 국민투표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원자력계와 결탁한 국민당의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2025년 ‘원전 제로’를 향해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민진당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놓고 "대만 사례를 너무 우리나라에 투영하는 것은 지나치다. 대만과 우리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고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ya9ball@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