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답이다] 쓰레기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환경이 답이다] 쓰레기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 권오경 기자
  • 승인 2018.11.25 10: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라사이클 "재활용 100%를 넘어 폐기물 0%로"
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모든 것을 재활용합니다."(테라사이클 제공)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쓰레기 화산’이 폭발했다. 국제 금융 기관인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폐기물 배출량은 20억톤에 달한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천지에 담긴 20억톤의 물이 쏟아진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은 제주도에까지 영향을 주고, 국제 항공대란을 가져온다. 한반도 전체를 휩쓸만한 무게의 쓰레기가 연간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범람하는 쓰레기는 이제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전북 부안군 칠산바다 아귀 뱃속에선 생수통이 통째로 발견됐고, 지난달에는 사람 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기까지 했다.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테라사이클’은 이 같은 ‘쓰레기 재난’에서 벗어나고자 폐기물 0%에 도전한다. 테라사이클은 제조-소비-폐기물-처리로 이어지는 직선을 ‘재활용’으로 엮어 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

◇ 재활용은 요술 방망이(?)

테라사이클은 2001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생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톰 재키(테라사이클 CEO)는 방학 중 친구들과 캐나다 여행을 갔다가 음식물 쓰레기와 지렁이 배설물을 섞어 천연 비료를 만드는 모습을 목격하고 폐기물 처리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이후 프린스턴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천연 비료를 만들었고, 학교에서 주운 플라스틱병에 담아 판매했다.

처음엔 작은 동아리 수준이었으나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를 협력사로 두면서 전 세계 21개국에 지사를 둔 현재 테라사이클 규모로 확장했다.

테라사이클은 이때부터 분무기 병, 타이어 등 소비재로까지 재활용 범위를 넓혔다. 소비재 수거를 위해 테라사이클은 초등학교, 대형마트, 관공서, 교회 등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수거된 소비재는 공정 연구개발(R&D)을 통해 최적의 재활용 컨디션을 갖춘 재생원료로 탈바꿈한다. 테라사이클의 공정 연구개발은 미국 본사 연구개발팀에서 맡는다. 연구개발팀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제품의 재질을 분석해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어떤 방식을 거쳐야 폐기물을 재생원료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전 세계 각 지사를 통해 재활용 업체에 전달된다.

테라사이클 미국지사에선 마트에서 수거한 슬리퍼를 놀이터의 그네,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로 재활용했으며 치과와 협업해 교정장치나 틀니를 보관함으로 만들었다.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등 소비재에서 나아가 공공재를 재활용하기도 했다. 

담배꽁초, 해양플라스틱 등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폐기물도 재활용한다.

담배꽁초 재활용 프로젝트는 미국, 영국, 일본 지사가 각 정부 단체와 협력해 진행 중이다. 길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한 곳에서 수거하기 위해 주 흡연 장소에 테라사이클 수거함을 설치했다.

수거, 분리, 소독 과정을 거친 담배꽁초는 휴대용 재떨이나 대형 화물 운반 받침대(팔레트)로 재탄생한다. 한국도 지난 10월부터 한국흡연문화개선환경협회와 함께 담배꽁초 재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테라사이클 프랑스·영국 지사는 해양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위해 헤어케어 브랜드인 헤드앤숄더와 함께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럽 전역 해변가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직접 수거해 이를 헤드앤숄더 제품 패키지에 일부 투입했다. 해당 제품은 2017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소개돼 폐기물 처리에 대해 고차원의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테라사이클이 오랄-비와 협업으로 전국 36개소 초등학교에서 칫솔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한 화분.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테라사이클이 오랄-비와 협업으로 전국 36개소 초등학교에서 칫솔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한 화분.(테라사이클 제공).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테라사이클 한국지사에선 구강 전문 기업 오랄-비와 협업으로 ‘칫솔 재활용캠페인’을 진행했다. 두 기업은 전국 초등학교 36개소에서 폐기한 칫솔을 수거해 화분으로 제작했고, 이를 다시 학교에 기부했다.

섬유탈취제 브랜드인 페브리즈와는 마트에서 배출하는 차량용 방향제 폐기물을 수거해 아이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해 주는 휴대용 반사경을 만들었다. 차량용 방향제 폐기물은 반사경 받침대로 재활용됐다. 제작된 휴대용 반사경은 2019년 3월에 해당 초등학생 1,2학년 학생에게 기부된다.

현재는 프랑스 자연주의 브랜드 록시땅과 협업해 '수분크림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수분크림 공병을 텀블러로 재활용해 2019년 록시땅 제품과 함께 프리미엄 패키지로 판매된다.

교통사고 방지 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차량용 방향제 폐기물은 교통사고 방지 휴대용 반사경 받침판으로 재탄생했다.(테라사이클 제공).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이밖에도 테라사이클 한국지사는 초등학교 60개소에서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연간 쓰레기 발생량과 재활용률, 소각이나 매립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및 문제점, 칫솔이 어떻게 화분이 될 수 있는지 등 재활용 전반에 대해 교육한다.

◇ “재활용 100%를 넘어 폐기물 0%로”

테라사이클의 기업 이념은 “폐기물의 개념을 없애자”다. 재활용 100%를 넘어 쓰레기없는 세상을 꿈꾼다.

테라사이클에 따르면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사나 제품을 유통하는 유통사가 재활용 비용을 투자하고, 소비자들도 여기에 동참한다면 ‘재활용 100%’는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에 따라 가부가 결정되는 사회에서 결국 재활용은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닌 ‘할 마음이 있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테라사이클은 이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폐기물 자체를 배출하지 않는 ‘루프(loop)’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루프는 '무한'을 의미한다. 소비형태가 쓰레기 처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을 통해 무한히 사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뜻이다. 순환의 소비형태를 추구하는 루프 프로젝트의 핵심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다.

테라사이클 미국 지사는 현재 각국의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와 함께 내구성 높은 다회성 패키징을 제작 중이다. 리필 및 배달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루프 프로젝트는 오는 2020년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시범운영되며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상용된다.

홍준형 테라사이클 한국지사 총괄 매니저는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는 것은 주로 패키지보단 제품 속 내용물”이라며 “제품 속 내용물을 다 사용한 소비자가 패키지를 제조사에게 돌려주고, 패키지를 받은 제조사가 여기에 내용을 채워 다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버려지는 폐기물이 없다”고 강조했다.

테라사이클 로고.(테라사이클 제공).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순환을 뜻하는 테라사이클 로고.(테라사이클 제공).2018.11.25/그린포스트코리아

 

 

roma2017@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