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온도 올라 계절풍 약화…대기정체 원인
"기후-대기-에너지 융합된 근본대책 나와야"

한반도가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정부는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시행, 친환경차량등급제 마련 등 대응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와 국민적 공감대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주목받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중국원인론에 대한 분석, 국회 차원의 입법 상황, 해외 주요도시의 차량 제한 정책을 4회에 걸쳐 점검하는 기획기사 '미세먼지 제로'를 마련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주목받는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보면 국내외 요인의 비중은 때에 따라 다르다. 공통점은 '대기 정체'다.

다양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오염물질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2차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에 따라 도시에 갇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게 공식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바다얼음이 녹으면서 계절풍을 약화시키고 동북아시아에 대기정체를 부른다는 분석이다. 대기·기후·에너지 정책이 융합된 미세먼지 대책이 절실해진 이유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데에는 대기가 정체된 영향이 크다. 이런 대기지체 현상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지목된다. (황인솔 기자)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데에는 대기가 정체된 영향이 크다. 이런 대기지체 현상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지목된다. (황인솔 기자)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 “지구온난화 해소가 미세먼지 해결책”

 

지난 5일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흘 후는 대기의 원활한 확산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의 흐름이 활발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지만, 반대라면 더 악화된다는 이야기다. 대기 순환이 순조롭지 않은 상태를 '대기 정체'라고 부른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기정체는 그 자체로 이상기후 현상이다. ‘블로킹’ ‘대기 동맥 경화’라고도 불리는 이 이상기후는 발생의 원인도 분명하지가 않다. 다만 유력한 이유로 거론되는 게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는 제트기류, 즉 한반도에 걸치는 북위 30~60도 사이를 일직선으로 감싸고 도는 강한 바람의 길을 구불구불하게 바꾼다. 심할 땐 제트기류를 끊기도 한다. 끊어진 구간에는 고기압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공기 흐름이 가로막혀 대기가 정체된다.

우리나라는 매년 여름이 되면 몽골, 중국 등에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편서풍으로 전해 받는다. 원래대로라면 이 공기는 동쪽을 계속 향해야 하지만, 제트기류가 끊어진 북태평양에 고기압이 형성되면 길이 막혀 폭염이 발생한다.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도 폭염 발생과 같은 경로를 거친다.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만났을 때 북태평양 길이 막히면, 두 나라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제자리에서 합쳐져 고농도 미세먼지가 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동북아의 미세먼지 문제를 키울 것이란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공대와 연세대 연구진은 35년 간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극 해빙 감소가 계절풍의 약화와 대기 정체를 불러와 동북아의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세계기상기구(WMO)도 “북극해의 얼음 표면적이 38년 만에 가장 작은 크기로 작아졌다”며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해마다 줄고 있어 중국 등지의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 해소라는 접근도 가능해진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최근 발표했으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주현웅 기자)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최근 발표했으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주현웅 기자)2018.11.15/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에너지 고민 없는 정부 미세먼지 대책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와 직결되는 에너지 정책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201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미세먼지 농도 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에너지산업과 제조업 등에 고루 걸쳐있다.

이창훈 KEI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가격구조 개선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낮은 에너지요금을 현실화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대기오염의 주범인 화력발전 수요도 낮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생산원가만 반영하는 에너지 가격에 환경부담금을 더하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가격 합리화는 물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에서 기후·에너지 분야에 대한 고민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비상저감조치와 전기차 보급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은 큰 틀에서 고농도 비상저감조치 대상 지역 확대 및 민간참여 의무화와 경유차 공급 및 이용 억제가 핵심이다. 특히 내년도 대기오염 발생원 관리를 위해 편성된 예산 5664억원 가운데 4572억원을 전기차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에 몰아넣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환경문제는 특정 부처가 일부 사안만 보고 해결할 수 없다”며 “환경 전반에 걸쳐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기후문제와도 관련된 에너지산업과 제조업 등에 고루 있다고 말해준다.(KEI제공)2018.11.14/그린포스트코리아
201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지역별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기후문제와도 관련된 에너지산업과 제조업 등에 고루 있다고 말해준다.(KEI제공)2018.11.1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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