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풍납공장 갈등 길어지며 애꿎은 인근 주민만 피해
삼표, 노동자·재산권 등 내세워 “공장이전 절대 못한다” 버텨
"정대현 후계구도 안정화 위해 풍납공장 포기 못해" 분석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삼표산업 풍납공장의 이전을 둘러싼 송파구와 삼표산업의 갈등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파구청은 백제 유적지 복원을 내세워 서성벽이 관통할 것으로 추정하는 풍납공장의 부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삼표는 노동자 취업과 기업 재산권 등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또 삼표가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위해 풍납공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성벽 존재가 확인된 데다 상당수 주민이 레미콘공장에 대한 불만을 호소해 송파구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올림픽대로 하부 풍납토성나들목 인근에서 그동안 유실된 것으로 알려진 풍납토성 서성벽을 발견했다고 지난달 5일 발표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10월 풍납토성 서성벽의 잔존 성벽과 출입시설을 확인한 뒤 1·2차 발굴 작업으로 잔존 성벽을 확인했다.

문제는 추가로 확인한 성벽이 지난해부터 발굴 중인 삼표 사옥부지 발굴구간 성벽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송파구는 그동안 서성벽이 관통할 가능성이 높은 풍납공장 부지의 이전을 요구해왔다. 송파구는 서성벽 존재가 밝혀지면서 삼표와의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삼표풍납공장 안으로 레미콘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께 지켜본 결과 레미콘 차량은 분당 2대꼴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삼표풍납공장 안으로 레미콘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께 지켜본 결과 레미콘 차량은 분당 2대꼴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풍납토성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규모가 주변 몽촌토성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한성 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송파구와 서울시는 풍납토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발굴 및 복원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2003년 삼표와 ‘공장용지 협의 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합의한 뒤 2013년까지 2만1076㎡의 공장부지 중 64%인 1만3566㎡를 435억원을 들여 매입해왔다. 그런데 삼표가 2014년 돌연 보상 협의를 중단했다. 송파구청과 삼표의 법적 다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삼표가 협의에 불응하자 서울시와 송파구는 사유재산 사용허가 취소와 행정대집행으로 공장용지를 확보하려 했고, 삼표는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현재 삼표가 문제를 제기해 진행 중인 소송은 남은 토지에 대한 송파구의 사업인정 고시 취소 건, 협의 취득해 넘어간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건 등 4개다. 사업인정 고시는 특정 사업이 토지 등을 수용을 할 수 있는 공익사업에 해당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해당 고시를 인정하면 삼표 부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지난 3월 속행 결정됐다”면서 “재판부에 여러 번 전화했는데 '언제쯤 판결이 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현대 리버빌 1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삼표 공장과 서성벽 발굴 현장.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현대 리버빌 1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삼표 공장과 서성벽 발굴 현장.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삼표는 송파구로부터 공장부지 사용허가를 받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송파구는 나머지 36% 부지를 매입하는 데 85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진 토지만 보상했지만 앞으론 토지 구축물이나 영업권 등까지 모두 보상해야 해 액수가 커졌다.

삼표 측은 △낮은 보상가 △다른 공장부지 마련 △노동자 취업 문제 등을 내세워 공장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삼표 관계자는 “대체 부지를 구하려면 목돈이 필요함에도 보상을 조금씩 해주니 이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론 10년간 70%에 가까운 공장부지를 송파구 측에 이전한 삼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설명할 순 없다.

풍납공장 이전을 위해 힘써온 윤영한 송파구의원은 삼표의 태도 변화에는 레미콘 특성과 부지를 둘러싼 경제 논리가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굳어버리는 레미콘은 90분 안에 공사현장에 도착해야 제품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레미콘공장인 풍납공장의 주위에는 재건축단지 등 대규모 공사가 예정돼 있다. 윤 의원은 “잠실 5단지, 가락시장아파트, 둔촌 주공 재건축 등 끝도 없이 공사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삼표 공장에서 자동차로 2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건축이 삼표에 큰 기회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사들인 7만9342㎡ 규모 부지에는 105층 타워 등 모두 5개의 건물이 들어선다. 삼표가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인 만큼 GBC 건립에 거는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삼표가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풍납공장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1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대현씨가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삼표그룹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는데, 무리한 승계 작업으로 인해 회사 사정이 일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표시멘트의 2018년 1분기 매출액은 13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2%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나오던 인센티브가 지급되지 않은 계열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로선 회사 안정을 위해서라도 풍납공장 주위의 알짜배기 공사를 포기할 수 없는 셈이다.

정 사장이 안정적으로 승계를 완수하려면 최대주주로 있는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의 성장이 필요하다. 삼표기초소재는 골재(모래·자갈 등) 생산 업체고, 네비엔은 철스크랩(폐철) 수집·가공 업체다. 네비엔의 경우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제철로부터 고철 등 부산물을 받아 가공하고 이를 삼표산업에 되파는 형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레미콘은 다시 GBC 건축 등에 들어간다.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의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납공장을 운영하는 삼표산업 등의 사업과 얽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삼표로선 분명 좋은 기회겠지만 대의적인 차원에서 건강이나 주거복지권, 환경 등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현대리버빌 1지구 아파트에서 바라본 삼표 풍납 공장 전경.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현대리버빌 1지구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삼표 풍납 공장 전경. (서창완 기자) 2018.11.9/그린포스트코리아

주민은 풍납공장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삼표를 성토한다. 풍납공장이 속한 풍납토성 복원 구간에는 아파트만 8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주민이 몰려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풍납공장 500m 반경 안에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서울영어마을 풍납 캠프, 토성초등학교도 있다. 이곳 주민은 공장에서 나오는 비산 먼지, 덤프트럭 소음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공장 이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풍납공장으로부터 500m 거리의 현대리버빌 1지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는 “이 정도 인구밀집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아직까지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압구정동 같은 곳에 이런 공장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문화재 발굴 사업으로 땅값이 떨어질 거라는 둥 말이 많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감수할 수 있다”며 “풍납공장 하나만이라도 이전해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삼표 관계자는 “아파트 개발 전 우리가 먼저 들어와 영업했다”면서 “현재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풍납공장을 이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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