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포제련소 사태, 지방소멸시대의 제조업 박해"
[기고] "석포제련소 사태, 지방소멸시대의 제조업 박해"
  • 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
  • 승인 2018.10.22 13: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석 번역가
박종석 번역가

현재 지방 중소도시들은 거의 공동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시스템의 적체 현상이 생기면서 일자리 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지방에서는 점점 인구 수가 쪼그라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장성광업소를 비롯한 100여 개의 광산이 운영되었던 강원도 태백시가 대표적이다. 이 지자체는 광공업이 저물어 가면서 인구가 5만명 이하로 떨어져 있는 ‘한국의 디트로이트’나 마찬가지다. 한때 미국 오대호 연안에서 가장 발달했던 공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 불경기가 미국에서 본격화되면서 주민 평균 수입이 2만달러 중반대로 곤두박질쳤다(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디트로이트 주민의 평균 수입은 가구당 5만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가계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디트로이트시의 재정이 악화되었고, 도시 공원의 70%가 폐쇄되고 신호등이나 가로등과 같은 것들이 기능을 상실하는 엽기적 현상이 벌어졌다. 디트로이트는 결국 2013년 도시 전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버리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아비규환인 셈이다.

태백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소비 구조의 전환으로 인해 석탄 생산자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니던 태백시’가 지금은 거의 군(郡) 수준의 인구로 쪼그라들었다. 태백 주민들은 한때 서울 부럽지 않은 경제 수준을 갖고 있었다. 광업소 인근에서 포목점을 하던 필자들의 지인은 70년대 당시 태백에서 크게 돈을 벌어 서울 강남에 집을 세 채나 살 정도였다. 한때 태백시 장성읍 일대는 인구가 12만명을 넘을 정도로 매우 활성화된 도시였다. 60년대에는 한국전력이 강원도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영월 상동 주변의 텅스텐 광산과 대한중석 본사, 태백의 석탄공사, 70년대에 지어진 봉화군 석포제련소 등은 이 지역 광공업의 영화를 상징하는 시설들이었다.

그러나 인구 4만명대의 태백은 2021년 장성광업소 폐업을 앞두고 사실상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활성화 시대의 기준으로 소비물가는 올라있지만, 주민들이 먹고 살 만큼 제대로 된 소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택시기사들이나 버스기사들도 ‘태백에서 먹고 살기 어렵다’고 호소할 만큼 경제적 위축이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태백은 약 2200억원 가량의 도시재생 예산을 받았다. 이른바 폐광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교부된 지원금이다. 그러나 도시를 '삐까뻔쩍'하게 바꾸더라도 인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10년의 세월이 입증했다. 인구 감소와 도시의 쇠퇴는 ‘일자리 위기’에서 시작된다. 산업이 망가지고, 젊은이들이 중소도시가 아니라 수도권 인근의 대도시로 몰리고, 이주 가능성이 많지 않은 50대 이상의 인구가 많아지는 도시. 이런 지역들이 현재 ‘환경이 중요하다’는 지방 도시들의 현주소다.

◇귀농으로도 못 잡는 과거의 영화

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방을 살려보고 싶어한다. 귀농, 귀촌 지원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018년 기준으로 5만명에 달하는 귀농자들이 발생했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저리의 창농지원자금이나 은퇴 후 별 다른 재취업 기회가 없어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다(물론 때에 따라서는 청운의 뜻을 품은 청년 창농인도 존재한다). 그러나 귀농자들 상당수가 지역사회에서의 텃세를 못 이기거나,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기가 힘들어 다시 도시로 떠나거나, 아예 귀농 이후 삶의 기반을 농사 본업이 아닌, 다른 부업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여유가 있는 몇몇 귀농, 귀촌자들의 경우에는 아예 삶의 기반을 도시에 두고 거주지만 시골에 두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농업문명과 산업문명이 대결하는 장(場)인 시골살이는 귀농자들에게 절대 만만하지 않다. 이들이 대도시에서의 소비수준만큼 먹고 살기 위해서는 농사 매출로 3배에 가까운 성과를 올려야만 순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민들 중에 연매출 1억원 이상 올리는 농민은 전체 농민의 10%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2018년 기준으로 200만명 가량의 농민이 존재한다는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약 2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순소득은 매출의 3분의 1인 약 300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은퇴 후 2인 가족 수준에서 살아 가기에는 어렵지 않은 수준일 수 있지만, 도시 근로자들이 벌어 먹고 사는 수준보다는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농촌에서 먹고 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생태농업’ 내지는 ‘친환경농업’을 주장하는 것도 매우 배부른 소리다. 환경론자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맥락대로 “공장을 없애면 그 촌동네가 다시 생태적으로 살아나고, 지역에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 오면서 아름다운 생태관광 코스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다.

◇지방소멸 시대의 제조업 박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 쪽에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떠나가는 제조업 시설을 막고 있는데(경북 지역의 구미, 전남 지역의 광주, 화순 등), 다른 쪽에서는 환경단체들의 맹렬한 활동으로 인해 제조업 시설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는 상황(경북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가 대표적이다)이다. 바야흐로 지방소멸시대의 제조업 박해라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30년 내로 없어지기 쉬운 지자체 중 하나로 꼽힌 경상북도 의성군은 주민들의 육아를 권장하기 위해 둘째 자녀부터 출산지원금을 제공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6차 산업 수도’를 자임한 상주지역은 최근 40년간 인구 감소율이 56%에 달한다. 상주는 곶감, 오이, 포도 등 고소득 작물이 70여종이나 되고 2016년 기준으로 농업 총생산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지자체다. 그러나 농가소득은 가구당 2145만원 수준으로 경상북도 전체 평균인 3700만원에 훨씬 못 미쳤다. 농사를 지어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지방소멸’의 상황 때문이다.

오히려 농업보다 생산유발계수,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제조업들은 완전한 박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에 소속되어 있는 모 국회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영업 허가 취소 내지는 폐쇄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제련소가 지역민들을 1200명이나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환경운동단체는 제련소 소속 노동자들을 관광사업이나 다른 형태로 ‘고용 승계’를 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분야는 제조업에 비해 취업유발계수가 현저히 낮으며,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질 지도 미지수다.

지방소멸 시대의 제조업 박해는 이렇게 무지막지하고 비참하다고 볼 수 있다.

(*본 기고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news@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