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정크! 버림을 벼리다'...춘천미술관서 19~25일

'Target' 68X18cm 금속탄피, 알미늄, 아크릴 2018
윤운복 作 'Target' 68X18cm 금속탄피, 알미늄, 아크릴 2018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인데 요즘은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 풀기도 한다.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을 사 먹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옷을 사고, 새롭게 출시된 휴대폰을 사면 하루 혹은 며칠간 기분이 좋다. 확실히 소비는 행복인 듯 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항상 수요를 늘릴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든 가격을 낮춰 소비를 유도하든 은밀하고 치밀하게 생산량을 '팔아 치워야’ 한다는 말이다.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은 이 같은 공급과잉 문제가 제국시대에는 ‘식민지 개척(새로운 시장)’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당시 영국은 인도로, 프랑스는 아프리카로, 스페인은 남미로 가서 자국의 생산품을 강제로 팔았다면 지금은 ‘소확행’을 내면화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추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지구는? 

'DMZ soul' 33X55cm 철, 금속, 폐탄피, 혼합재료 2017
윤운복 作 'DMZ soul' 33X55cm 철, 금속, 폐탄피, 혼합재료 2017

◇지구는 쓰레기 매립장? 정크! 버림을 벼리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물건들, 이로 인해 쓰레기 식민지가 된 지구. 이같은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윤운복 작가의 ‘정크! 버림을 벼리다’전(展)이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열린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폐품이나 잡동사니, 산업 페자원을 소재로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번 전시는 ‘고물’을 ‘보물’로 바꾸는 윤운복 작가의 세 번째 정크 이야기다. 

윤 작가는 “사업화 이후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로 유지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새것을 쉽게 취하고 그만큼 쉽게 버린다”라며 “그 결과 버려진 쓰레기는 개인과 국가를 넘어 인류의 문제로 확대됐다”고 지적한다. 

정크아트란 버려진 것들의 쓸모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윤 작가에게 버려진 노트북, 시계, 탄피, 트롬본, 빨래판 등은 새로운 가치다. 인간의 삶 속에서 전혀 다른 기능을 하다가 윤 작가를 매개로 조합된 작품들은 ‘인접성의 낯섦’을 통해 인간 사회의 합리성을 파괴한다.

작품에서 조합은 A에서 B로 치환되는 가공의 방식이 아니라 사물의 고유한 특성을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정크아트’에서 작가는 창조자의 위치가 아니라 자연의 구성원이 된다. 

윤 작가는 “나의 작업은 고물상·재활용품 처리장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를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이 묻혀 있는 개체를 찾아 나선다. 발견한 개체의 물성에 반하고, 그 물성이 빚어내는 조합에 중독됐다”며 정크아트를 통해 예술, 미술, 기술의 경계를 걷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시간(TIME)’이라는 작품은 세탁기에 자리를 내준 빨래판을 소재로 삶의 흔적과 향수를 표현했다. DMZ 시리즈는 한때는 살상 무기였던 전쟁 무기를 활용해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는 한편, 무용한 전쟁을 통해 발생한 쓰레기가 다시 ‘쓰레기 전쟁’을 일으키고 있음을 경고한다. 

윤 작가는 “쓰레기는 이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됐다”며 “작품을 통해 예술은 무한하고 자원은 유한함을 되새기며 버림을 벼리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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