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오르며 고유종 커지고 키 큰 식물 늘어
"21세기 말까지 20%에서 60% 더 성장할 것"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수백 종의 작은 키 관목과 풀, 내한성 식물은 물론이고, 키 큰 식물들까지 자라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툰드라지역에서 수백 종의 작은 키 관목과 풀, 내한성 식물은 물론이고 키 큰 식물들까지 자라나고 있다. 2018.10.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툰드라지역에서 수백 종의 작은 키 관목과 풀, 내한성 식물은 물론이고 키 큰 식물들까지 자라나고 있다.

네이처지에 지난 8월 공개된 세계 학술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북극지방 기온이 올라가면서 고유 식물 종들의 키가 커지는 것은 물론, 북극의 남쪽 지역에서는 키가 큰 식물 종들이 툰드라 지대를 가로질러 퍼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몇몇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툰드라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NERC)가 지원한 이 연구에는 에딘버러 지구과학대 이슬라 마이어스 스미스 박사와 프랑크푸르트 셍큰베르크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BiK-F) 안네 비요르크만 박사의 주도 아래 전 세계 13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북극 툰드라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에 관한 총 6만여권 이상의 관찰 자료를 분석하고 이들의 서식지 117여 곳을 연구해 툰드라 지대 식물의 길이와 잎사귀 면적, 질소 함량, 목질 특성, 생태학적 수명 등을 검토해 지난 30년 전 모습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냉대의 침엽수림대와 극지방 빙설지대 사이 툰드라 지대 식물들이 기상 변화의 영향으로 키가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식물들은 30년 전에 비해 그 길이가 더욱 길어졌으며 특히 온도가 높은 지역은 유독 길이가 긴 식물들로 뒤덮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이다. 향기풀은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넘어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져갔다.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넘어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졌다. 2018.10.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이다. 향기풀은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넘어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져갔다.

연구진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키 큰 식물이 늘어나면 토양 탄소 배출량이 늘기 때문이다.

비요르크만 박사는 “북극과 툰드라 고산지역의 급속한 기후 온난화는 식물계의 구조와 식물상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광대하고 민감한 생태계의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키 큰 식물들이 늘어나면 쌓인 눈이 잘 녹지 않게 되는데 눈은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땅이 어는 것을 막는다. 결국 얼어붙은 탄소 저장고의 해동을 가속화해 메탄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극지방 영구 동토층에는 전 세계 땅속 탄소의 30~50%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가브리엘라 취리히대 교수는 “불행히도 툰드라지역 식물의 길이는 21세기 말까지 20%에서 60%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식물 성장 속도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roma2017@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