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영월에서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별도 보고
올 가을엔 영월에서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별도 보고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8.09.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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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천국 '별마로천문대'·단종의 눈물 '청령포'·친환경 숙박 '에코빌리지' 등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산천(山川)이라 하여 우리나라를 '삼천리(함경북도 북쪽 끝에서 제주도 남쪽 끝까지의 거리) 금수강산'이라 부른 것도 다 옛말이 된 듯 하다. 사람의 길은 도로에 밀려 좁아진 지 오래고, 나무를 베고 건물을 심은 도시는 이제 산이 아니라 빌딩이 능선을 대신 그리고 있으니.

'사계절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수식도 이제 수정되어야 할 판이다. 봄에는 미세먼지에, 여름에는 된더위에 ’숨쉬기 힘들다‘는 말이 더는 ’사는 게 힘들다‘의 비유가 아니게 됐다. 그나마 가을은 우리가 아는 청명한 얼굴로 다가왔다. 한 두 정거장쯤은 걸어야 할 것 같은 하늘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 활보가 불가능했던 봄과 여름을 겪고 나니 일상에만 묶여 있기 참 아까운 계절. 올 가을은 금수강산 찾아 영월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잃어버린 별을 찾아서 '별마로천문대'

별마로 천문대
별마로천문대.


전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인간의 삶은 급속도로 풍요로워졌지만, 자연빛에 적응해온 생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매미는 밤이 된 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울기도 하고, 장수하늘소는 가로등에 모여들었다가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며, 바다거북이는 산란 후 해변가의 불빛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헤매다 죽기도 한다. 

밤을 수 놓는 인공빛은 천체관측을 방해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별을 보는 건 말그대로 ‘하늘에서 별 따기다’. 은하수 관측은 이제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별빛의 낭만을 잊은 건 아니다. 

잃어버린 별을 찾아 가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다. 별마로는 별+마루(정상)+로(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이다.

별마로천문대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주변의 날씨다. 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은 1년 중 100일 이상 날씨가 쾌청하므로 관측 실패 확률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도가 해발 약 800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별빛을 감상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때를 잘 맞춰가면 가을 단풍도 만끽할 수 있다. 

◇단종의 눈물을 만날 수 있는 '청령포' '장릉'

단종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장릉 전경(영월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단종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장릉 전경.(영월군 제공)

△단종 유배지 청령포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의금부 도사였던 왕방연이 단종을 청령포에 가두고 떠나기 하루 전날 눈물로 쓴 시로 청령포 나루터에 기록되어 있다. 단종은 어린 나이 왕위에 올랐지만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를 당하는 기구한 삶을 살았다.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는 삼면이 서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에 가려면 쪽배를 이용해야 한다. 청령포에 도착하면 단종이 가지 사이에 걸터앉아 쉬었다는 수령 600년의 관음송을 만나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소나무 중 키가 가장 크다고 해서 1988년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됐다. 

단종의 역사가 잠든 ‘장릉’

단종이 열일곱 나이에 관풍헌에서 죽임을 당했으나 주검을 거두는 이가 없었다. 모두들 후환이 두려웠던 것이다. 당시 영월 호장(戶長)이었던 엄흥도가 한밤중에 몰래 시신을 거두어 산속으로 도망가다가 노루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곳을 발견하고 시신을 묻은 곳이 바로 '장릉'이다. 

입구의 관광안내소를 지나면 단종의 생애를 알 수 있는 단종 역사관이 마련돼 있다. 역사관에서 단종의 내막을 훑어보고 장릉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이 걸어도 좋겠다. 가파르지도 길지도 않아 아이들과 오르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오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영월 김삿갓유원지 일대에서 '김삿갓 문화제'도 열린다고 하니 풍성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이 때를 맞춰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탄소 비우고 햇살 채운 ’에코빌리지‘ 

에코빌리지 객실모습
에코빌리지 객실모습


지금까지 건물은 ‘인간이 거주하며 모든 쾌적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한 공간’으로 간주해왔다. 산을 깎고 물을 메워 인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온 탓에 이제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보다 건물이 더 많다. 건물의 기본 재료인 시멘트는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유발한다고 하니 지구에 열이 날 만도 하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동강생태공원에 TV도 없고 냉장고도 없는 숙박시설이 올해 들어섰다. 모기향 같은 인화성 물질은 반입도 금지고, 일회용품도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유스호스텔 ‘에코빌리지’는 환경과의 공존이 우선 가치이기 때문이다. 에코빌리지는 단체 숙박시설로는 국내 유일의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기도 하다. 

패시브하우스란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출물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 쓰는 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미래세대의 지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재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환경친화적인 건물을 말한다. 에코빌리지가 제공하는 '의도된' 불편은 인간의 편리로 가을조차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기도 하다. 

에코빌리지가 생태관광의 한 곳으로 주목받는 것은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햇빛과 바람 등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머묾만으로 친환경 실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를 비운 자리 햇살을 채우고, 디지털을 비운 자리에 책을 비치한 까닭은 인간의 휴식이 자연에 고통을 가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하는 이유에서다. 침구류도 자연건조하기 때문에 약간의 구김이 있다는 건 귀띔.

곤충박물관과 동강생태정보센터가 인접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은 생태플랫폼이기도 하다.  

ya9ball@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