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미술교육업체 '미(美)살림' 양은희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생태미술교육업체 '미살림' 양은희 대표. (황인솔 기자) 2018.9.13/그린포스트코리아
생태미술교육업체 '미살림' 양은희 대표. (황인솔 기자) 2018.9.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최근 교육계에서는 도시의 아이들이 녹색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생태체험수업'이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산과 들로 떠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뛰놀다 보면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되고, 계절에 따라 자연이 변하는 모습이나 살아 있는 생명체를 관찰하면서 '생태감수성'까지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美)살림'의 양은희 대표는 이러한 교육에 미술을 섞은 '생태미술교육'의 선구자 같은 존재다.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해온 지 약 20년, 그의 교실로 찾아온 이들만 1만명이 넘는다. 
 
양 대표는 수업을 할 때 반드시 흙과 물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교육 주제도 주로 자연에서 따온다. 심지어 미술 재료도 자연에서 얻는다. 양 대표가 직접 개발해 사용하는 흙 크레파스, 흙 물감 등은 미살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양 대표는 자신의 교육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랫동안 예술과 보육에 대해 고민을 해왔는데 결국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란 결론에 닿았다"고 강조했다.

부천시에 위치한 미살림 공방.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부천시에 위치한 미살림 공방.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던 미술학도, 보육에서 답을 찾다

양 대표의 교육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과 휴교령, 계엄령 등이 있던 1980년대에 홍익대학교 도예과에 입학했다. 양 대표는 대학을 입학해서 처음에는 '순수예술'을 꿈꿨으나, 이후 사회 격변을 겪으며 미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에 미술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에서 밥 한 그릇 담아먹을 수 없는 몇 천만원짜리 도자기 작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고, 예술이 한낱 바라보는 것이라면 필요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민중 미술이라는 것을 만나게 됐다. 미술을 통해 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역사와 현실을 비판하며, 삶 속의 미술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생각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됐다. 일을 해야 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탁아소를 찾아갔고, 상황이 참 열악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당시 우리나라 보육환경이 전반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영유아보육법의 개념조차 제대로 없을 때니까. 그래서 아들을 둘러업고 국회 앞으로 나가 데모도 참 많이 했다"고 옛 일을 털어놨다.

양 대표는 "결국 직접 교육업계에 뛰어들어 내가 가진 미술 지식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하나 열게 됐다. 당시 열었던 어린이집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장애아동, 저소득층 자녀, 직업여성 자녀 등 힘든 상황의 아이들이 참 많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삶 속의 미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태미술수업을 진행한 어린이의 작품.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생태미술수업을 진행한 어린이의 작품.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흙으로 가까이'...가장 환경적인 것이 가장 좋은 교육

양 대표는 당시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교실로 '텃밭'을 택했다. 20평가량의 텃밭을 분양받아 교사, 아이 구분 없이 흙에서 뒹굴고 꽃과 풀을 만지며 놀았다. 아이들은 자연을 이용해 놀고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얻으며 환경과 친숙해졌다.

텃밭에 나가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그곳에서 얻는 재료들도 많았다. 솔방울을 주워 소금물에 씻은 후 말려 미술 수업에 사용하고, 말린 꽃으로 코사지를 만들거나 풀을 엮어 바구니도 만들었다.

흰 도화지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지 않아도 되는 그림'도 생각해 냈다. 꽃을 그리는 대신 말린 꽃을 붙이고 나뭇잎, 흙, 씨앗도 자연의 재료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무엇이든지 똑같이 그리라고 하는 기성 미술교육 풍조도 뒤엎을 수 있었다.

새로운 재료도 개발했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미술재료 대신 흙으로 크레용과 물감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자연에서 재료를 가져와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했다.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을 위해 멸균 흙을 사용하는 등 안전도 고려했다.

양 대표는 "아이들이 있는 공간도 환경호르몬이 가득한데, 미술 재료까지 화학물질로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흙으로 만든 물감과 크레용은 공산품만큼 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재료보다 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양 대표는 20년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유아생태미술의 선구자라는 호칭을 얻게 됐다. 또 '자연과 친구되는 생태미술놀이'라는 책도 지난 2013년 출간했다.

(황)
흙으로 만든 크레파스 '토토레용'.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황)
흙크레파스의 사용 질감은 분필과 비슷하다.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환경보호'는 필수

'미(美)살림'은 아름다움을 살린다는 뜻이다. 시대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계속 달라지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아이의 웃는 얼굴일 것이라고 양 대표는 말했다.

그는 "가장 행복한 사회는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고, 어른들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또 아이들이 웃으려면 환경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세플라스틱이 먹을거리를 덮치고, 미세먼지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아이들은 웃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생태감수성 함양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감수성이라는 말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공감한다는 뜻이다. 생태감수성은 주변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선이다. 즉 생태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환경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막고자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인성 교육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자연이 아파서 호소하고 있는데도 공감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에게 배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화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주변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 넘치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이끈으로 만든 미술작품.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종이끈으로 만든 미술작품. (황인솔 기자) 2018.9.14/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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