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 전국 순회 전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일본군성노예제를 바로 보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였음을 고발하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 전국 순회 전시를 지난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일본군성노예제를 바로 보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였음을 고발하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 전국 순회 전시를 지난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어 현행법으로는 업무상 위력을 증명하기 충분치 않다고 보았다. 쉽게 말하면 김씨는 안 지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강제성’을 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어딘지 익숙한 상황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실낱같은 용기로 겨우 비명을 내질렀건만 사회가 내린 판결은 "강제성은 없었다" 미투 피해자에게도 그랬고, 이들에게도 그랬다.

일본은 1930년대 초부터 1945년 패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태평양 침략 전쟁동안 제도적으로 군위안소를 설립하고 점령지와 식민지의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을 강제 연행해 성노예를 만들었다. 

명백한 인권유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협의의 의미로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없었다. 소위 관헌(官憲)이 집에 들이닥쳐 연행했다고 하는 강제성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죄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강제성은 없었다.' 이는 2007년 3월 미국 하원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의회에서 한 말이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협의의 강제성'이란 ‘집에 침입해 관헌이 무단으로 들어가 유괴범처럼 데리고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군이나 관헌에 의한 직접 폭행이 아니므로 일본군과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일본은 피해자들을 향해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아 놓고 지금 와서 피해자인 척 한다"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군위안소’는 무장군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거절이 생사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강제'다. 꽃다운 나이 그곳으로 징집된 소녀들이 자유를 박탈당한 채 온갖 성적 학대를 받은 그들의 몸이 이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전후 어렵게 목숨을 부지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피해 여성들은 50년 가까운 침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지난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정부는 30여년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묵살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불가역적 종결을 약속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해 일본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을 묻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었지만 식민지 땅에서 태어난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곳에서 입은 생채기는 사소한 말에도 여전히 쓰라리다. 그러나 법은 아직 그들을 피해자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일본군성노예제를 바로 보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였음을 고발하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 전국 순회 전시를 지난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진행한다. 

전시는 크게 1부 “일본군성노예였다”[:진실과 거짓] 2부 [:내가 바로] “일본군성노예였다” 3부 “일본군성노예였다”[:정의를 향한 외침]으로 구성됐다. 

전시에서는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다’ ‘1926년생 김복동’ ‘나의 엄마는 위안부였다’ ‘나는 거기에 있었다’ 등 피해자들의 증언과 삶,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 일본군인의 증언, 군·공문서 자료 등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실을 드러내는 다양한 ‘살아있는 증거’들을 마주할 수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역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여정, 피해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정의를 향한 여정을 쫓으며 전쟁과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운동에 관한 기록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서울(인사동 관훈갤러리·8월8~21일), 경기(수원시가족여성회관·8월9~22일), 천안(신부문화회관·8월19~23일), 광주(5.18민주화운동기록관·8월29일~9월12일), 제주(8월29일~9월12일), 부산(10월26일~11월11일) 등 6곳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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