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현희 '얼스어스' 대표 인터뷰

노플라스틱 카페 '얼스어스'(Earth Us). (얼스어스 제공)
노플라스틱 카페 '얼스어스'(Earth Us). (얼스어스 제공)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정부는 이달부터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 매장은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품을 머그잔, 텀블러, 유리컵으로 교체했고 업주와 소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편리함의 거리감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몇몇 이들은 여전히 '애로사항'이 가득하다. 어떤 업주는 설거지를 담당할 직원을 따로 고용했다거나, 플라스틱컵을 요구하는 고객과 승강이를 벌였다고 호소했다. 또 소비자들은 달라진 정책 때문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회용품 규제로 인해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했지만, 이런 변화가 오히려 반갑다는 카페가 있다. 매장 내에서 빨대, 테이크아웃컵 등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카페 '얼스어스'(Earth Us)다.

얼스어스라는 이름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다. (황인솔 기자) 2018.8.9/그린포스트코리아
얼스어스라는 이름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다. (황인솔 기자) 2018.8.9/그린포스트코리아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노플라스틱' 카페

카페 얼스어스의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모습은 여느 카페와 비슷하다. 손님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주방에서는 고소한 커피 향이 풍긴다.

그런데 이곳에 머무르다 보면 한 가지 낯선 풍경을 보게 된다. 바로 플라스틱 빨대, 컵 등 '일회용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얼스어스 내부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고객이 일회용품을 요구할 경우 환경보호 차원에서 플라스틱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설명하며 정중히 거절한다. 이렇게 약 8개월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이미 '친환경 카페'로 입소문이 나 있다.

매장 내 음료는 전부 머그, 유리잔 등 다회용컵에 나온다. 휘핑크림 등이 얹어져 빨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메뉴에는 빨대 대신 숟가락이 제공된다. 또 커피와 디저트 등을 테이크아웃 하려 해도 다회용기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흔히 사용하는 '냅킨'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필요하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손수건을 제공한다.

길현희 대표는 "학교를 다니면서 5년 정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때 일했던 가게는 테이크아웃 손님은 물론 먹고 가는 손님들에게도 플라스틱컵을 제공했다. 그때 수많은 일회용품이 버려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 그래서 나중에 내 카페가 생긴다면 일회용품 없는 가게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에는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라는 것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그런데 손님들이 가게에 있다 보면 평소 잘 사용하던 휴지, 빨대 등이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다른 카페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다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평소에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 같다. 결국 인식을 조금만 바꾸면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얼스어스의 커피에는 '원두'부터 환경을 생각한다. (얼스어스 제공)
얼스어스의 커피는 원두부터 환경을 생각한다. (얼스어스 제공)

환경보호를 꾸준히 강조하는 얼스어스의 커피 한 잔에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많은 것이 담겼다.

원두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착한(?) 회사의 제품만 고집한다. 길 대표가 이용하는 'R' 업체는 팸플릿을 만들 때에도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하고, 수익금은 커피 농장에 학교를 짓거나 노동자에게 지원하는 등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다. 얼스어스의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은연중 환경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길 대표는 자신의 멘토로 '그린 디자이너'로 알려진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를 꼽았다. 

그는 "대학 2학년때 윤 교수님의 특강을 듣게 됐는데 그분의 삶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환경을 생각해 냉장고도 사용하지 않고, 여행도 다니지 않는다는 그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통해 환경을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스어스 카페 내부. (황인솔 기자) 2018.8.9/그린포스트코리아
얼스어스 카페 내부. (황인솔 기자) 2018.8.9/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 규제'는 긍정적인 변화

길 대표에게는 최근 시작된 일회용품 규제가 불편한 게 아닌 '반가운' 일이다. 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 같이' 무언가 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평소 텀블러를 항상 갖고 다니는데 가끔 컵을 챙기지 못한 날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카페를 애용한다. 그런데 의외로 유리잔이 준비되지 않은 곳들이 많더라. 최근에는 대부분 매장이 다회용컵을 구비하고 있으니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고 반겼다.

또한 "사실 가게를 하는 입장으로서 다른 사장님들이 '애환'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나 밑바탕 작업이 조금 더 진행된 다음 정책이 시행됐으면 그런 문제가 조금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여전히 테이크아웃용으로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데, 재질 통일이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가 함께 노력해줬으면 한다. 가게에서 일회용품을 내놓을 때 분리배출을 꼼꼼하게 하는 편인데, 전체 재활용률이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허무했다. 이 부분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얼스어스 제공)
(얼스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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