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차선 확장공사…환경단체‧도민 반발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2018.08.08/그린포스트코리아
(제주환경운동연합 제공) 2018.08.0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대통령상)'로 뽑힌 제주비자림로(1112도로) 주변 삼나무 숲이 도로 확장을 위해 잘려나갔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즉각 반발했고, 지역민들의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송당리로 이어지는 비자림로 약 2.94km 구간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예정일자는 오는 2021년 6월이다. 

해당 구간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양옆에 조성된 삼나무 숲을 베어내야 한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약 100그루의 나무를 베었으며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총 2400여 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낼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주환경연합은 “지난 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구(舊) 국도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자림로를 국토교통부 제4차 국지도 도로건설계획에 반영한다고 했다. 그랬다면 여러 행정절차를 거치면서 비자림로 삼나무 숲 경관 보전 방안도 검토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경관을 파괴하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는 인근 주민들의 오랜 숙원으로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라 발표했지만 비자림로가 다른 도로보다 정체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다. 도로 확장에 따라 오히려 교통량이 증가해 더욱 혼잡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02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선정 당시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됐고, 환경과의 조화, 편리성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대통령상을 받은 비자림로를 대안 없이 파괴하는 일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측은 이 지역에 대해 지난 2015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고, 베어낸 삼나무 대신 편백나무를 심어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94km 구간 전부가 아닌 일부만 베어내고 천연림이 아닌 인공림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민들은 대부분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A씨(60대)는 “일 때문에 이 일대를 자주 지나다니는데, 도로 확장을 해야 할 만큼 교통량이 많다고 느낀 적이 없다”면서 “이 주변은 전부 목장이나 밭이고 민가조차 거의 없는데 정말 도민들을 위한 확장공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거주 B씨(30대)도 “이 도로를 달릴 때마다 삼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상쾌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참하게 베어진 것을 보니 답답했다”며 “교통량이 많은 곳도 아닌데 굳이 도로를 넓힐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민들은 “최근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개발 공사가 진행돼 문제가 많은데, 행정상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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