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이 만든 쓰레기'…범람하는 배달용 포장용기
'편리함이 만든 쓰레기'…범람하는 배달용 포장용기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8.08.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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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 등 배달업계, 플라스틱 용기 사용 늘어
별다른 제한 없어…단계적 규제 정책 마련돼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짬짜면.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짬짜면.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직장인 A씨는 일요일 오후 2시 잠에서 깨자마자 배달앱을 켰다. 15분 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짜장면과 짬뽕이 배달됐다. 단무지, 양파와 군만두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다. A씨는 먹고 남은 음식을 싱크대에 버린 뒤 플라스틱 용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중국집 배달을 시키고 나면 묻곤 하던 ‘그릇은 어디에…’라는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 배달원이 두 번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설거지로 쓰이는 노동력 등은 플라스틱의 ‘편리함’으로 대체됐다. 쉽게 쓰고 버리는 편리함 뒤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다.

◇1인가구 증가… 쓰고 버리는 문화 확산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03년 하루 3956.4톤에서 2016년 하루 5445.6톤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난 건 1인 가구 증가로 유통과 소비 패턴이 변화한 탓이 크다.

1인 가구 비율. (통계청 제공)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1인 가구 비율. (통계청 제공)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7.2%(518만 가구)다. 이 비율은 지난해 28.7%(561만 가구)로 늘어났다. 2045년이 되면 1인 가구 수가 809만여가구를 돌파해 전체 가구 중 36.3%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1년 2만여건이던 택배 배달 건수는 2016년 20만여건으로 늘었다. 음식 배달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2016년 12조원 정도 규모에서 지난해 15조원가량으로 치솟았다. 2019년엔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가구 구조와 소비 패턴 변화로 음식배달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족발 하나만 시켜도 마늘, 쌈장 등 10여개가 넘는 플라스틱 그릇이 딸려온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를 앞세워 환경은 무시해 온 정부 정책이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배달 음식점이 거의 중국집이나 도시락집밖에 없었던 데다 회수할 수 있는 그릇을 사용하라는 법도 있었다”며 “현재는 그런 법이 다 없어진 데다 시장이 너무 커져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집들은 여전히 다회용기에 음식을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중국집들은 여전히 다회용기에 음식을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사례는 환경부가 2008년 폐지한 ‘도시락 업체 플라스틱 사용제한’ 규제다. 2000년부터 시행해 오던 도시락 업체 플라스틱 사용제한은 일부 도시락 업체와의 행정소송 끝에 “플라스틱 말고 도시락 용기를 대체할 게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김 총장은 “이명박 정부부터 10년 가까이 정부가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환경 정책은 계속 후퇴했다”며 “후퇴한 환경 정책을 되돌리기 위해 세밀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규제 첫발, 단계적 확산 필요

환경부는 지난 2일부터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매장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연간 260억개에 달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시행 일주일째라 관련 통계는 없지만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5곳을 둘러본 결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체감이 가능할 만큼 줄었다. 대신 점원들은 컵을 반환하는 장소에 수북이 쌓인 머그잔을 수시로 치웠다.

일회용컵 단속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6월 한 커피전문점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컵 단속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6월 한 커피전문점의 모습. (서창완 기자) 2018.6.20/그린포스트코리아

불편하더라도 규제가 정착되는 순간 쓰레기 배출량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일례로 2008년 폐지된 ‘컵보증금 제도’를 들 수 있다.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컵보증금제 폐지 이듬해인 2009년 커피전문점 등의 매장당 일회용컵 사용량은 10만5996개로 늘어났다. 제도 폐지 이전 5년 동안 사용량은 2만~3만개에 불과했다.

썩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해마다 바다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700만톤에서 1000만톤으로 추정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1억5000만톤 정도의 플라스틱이 바다 안에 버려져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25년이 되면 2억50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바다속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쪼개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름 5㎜ 이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에 15~51조개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홍 소장은 “미세 플라스틱이 나노미터 단위까지 쪼개질 경우 먹이사슬을 따라 인류가 섭취했을 때 생태조직을 찢고 나온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며 “이 문제가 지적된 게 10년 정도밖에 안 돼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플라스틱이 인류를 위협할 거라고 예측한다.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운동가들은 플라스틱이 인류를 위협할 거라고 예측한다. (서창완 기자)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배달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홍 소장은 야외가 아닌 가정집에 배달할 때는 다회용기를 쓰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법적 의무사항으로 바로 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로서는 배달업계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해지는 만큼 배달업계도 이 상태로 계속 가긴 힘들 것”이라면서 “배달 용기 보증금을 도입하는 등 단계적인 규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단계적 규제 정책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현재 포장 규제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관련 규제가 없었던 상황이라 조사를 바탕으로 관리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운동 한계… 생산·유통 업체가 나서야

생활 속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운동인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가능한 먹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매거진 '쓸'의 배민지 편집장은 “야근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배달 음식을 시켜야 할 때는 물티슈, 일회용 수저 등을 갖다 주지 말라고 부탁한다”며 “요즘 배달앱 사용이 많으니 일회용품 사용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 사례는 배달앱들도 참고할 만하다. 매일 8만건 남짓한 주문을 소화하고 있는 모바일 앱 '사이렌 오더'는 일회용컵 규제에 발맞춰 '다회용컵' 항목을 추가했다. '일회용컵'으로 설정돼 고객 선택이 제한됐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사이렌 오더.' (스타벅스 제공)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사이렌 오더.' (스타벅스 제공) 2018.8.8/그린포스트코리아

‘망원동 에코하우스’의 저자 고금숙씨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면서 많이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배달”이라면서 “소비자가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배달 음식을 안 먹는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배달 용기 관련한 규제가 풀린 뒤 생긴 중국집들은 일회용기를 쓰고, 이전 중국집들은 다회용기를 쓴다”면서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규제가 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와 더불어 유통업계 등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이달부터 CU와 GS25 등 편의점 업계에 도입되는 ‘친환경 용기 도시락’은 좋은 시도로 평가받는다. 100% 플라스틱인 기존 용기와 달리 바이오 소재 등을 섞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40%가량 줄였다. CU는 8일부터 해당 용기를 쓴 도시락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오는 14일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도시락 브랜드인 본도시락에서도 합성수지 비율을 이전보다 30% 이상 줄여 일반 플라스틱보다 빠르게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용기를 사용 중이다. 외식 전문 기업 원앤원이 지난달 론칭한 직화구이 삼겹살 포장·배달 전문점 ‘핑크돼지’는 운영 초기부터 친환경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고씨는 “생분해 용기를 개발하려는 기업의 노력들은 좋은 시도”라면서 “오히려 단일 재질이 아니라서 재활용이 잘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는 만큼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seotiv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