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편의점 15개 가맹조건별 수익 비교 분석
점포수 2010년 1만6937개→ 작년 4만192개
업체간 과다경쟁으로 점포별 매출↓임차료↑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 편의점 업계들은 점포수를 늘리기 위한 과다경쟁을 벌여왔다. (서창완 기자) 2018.7.20/그린포스트코리아
편의점 옆에 또 편의점. 편의점 업계들은 점포수를 늘리기 위한 과다경쟁을 벌여왔다. (서창완 기자) 2018.7.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이래도 저래도 해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고 우리 의견 반영하는 것도 없고… 계약 기간까지 하다가 그만둬야지요.”

서울 중구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중인 A씨(50대)는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생각을 묻자 푸념부터 털어놨다. 한숨의 방향이 ‘최저임금’은 아니었다. 주말 알바 3명과 평일 야간 알바 1명을 쓰고 있는 A씨는 ‘인건비’ 대신 ‘수익 배분’ 얘기를 꺼냈다.

“알바 인원 1명을 얼마 전에 쉬게 했어요. 지금 있는 알바 일하는 시간도 줄였죠. 매출은 줄었는데 본사와 이익 배분율이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별 수 있나요.”

시급 8350원, 월급 174만5150원. 2019년 최저임금은 10.9% 오른다. 시급이 820원 높아졌고, 하루 8시간·주 5일(주휴수당 35시간 포함해 월 209시간) 노동했을 때 월급은 17만1380원이 상승한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개 편의점 가맹점주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2년간 급격히 오른 인건비가 편의점주들의 수익 구조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주장한다. 2017년 최저임금 6470원과 비교해 1880원 오른 최저임금 탓에 편의점주들이 장사를 못 할 판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매출 줄었는데… 본사와 이익배분 수십 년째 그대로

인건비가 동결되면 편의점주들 사정이 나아질까. A씨 말처럼 편의점주들은 매출 중 평균 35% 이상의 가맹 수수료를 매달 본사에 납부해 왔다. 매출이 많든 적든 약속된 비율이다. 상가 임차료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더해 카드 수수료나 낮은 마진율 등 편의점주를 위협하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핵심은 개별 편의점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다.

A씨는 잘릴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점포 수익이 좋았다. 최저임금이 4580원에서 7530원이 된 6년 동안 길 건너에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가 들어섰다. 길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CU, GS25 등도 그때는 없었다. A씨 점포 반경 200m 이내에 있는 편의점은 현재 6개다.

“인건비 오르면 이익이 줄겠죠. 근데 그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알바 돈 많이 챙겨주는 게 뭐가 나쁜가요. 매출이 주는 동안 건물 임차료는 얼마나 오른 줄 아세요? 들으면 깜짝 놀랄 겁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빅5로 불리는 편의점 점포수는 총 4만192개다. (서창완 기자) 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3월 기준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빅5로 불리는 편의점 점포수는 총 4만192개다. (서창완 기자) 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A씨에 따르면 해당 편의점이 입점한 건물은 6년 만에 임차료가 3배가량 올랐다. 마진율을 30%로 잡으면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임차료를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1억원 매출은 신화에 가깝다. 다만 A씨가 임차료를 내지는 않는다. 본사 부담이다. 그만큼 회사와의 수익 배분이 불리하다. 그런데 본사는 왜 자신들이 부담할 임차료를 올렸을까.

“임대기간이 끝날 때쯤 타사 편의점들이 건물주를 유혹합니다. 임대료 얼마 줄 테니까 우리한테 넘기라는 식으로요. 경매 같은 게 펼쳐지는 거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업체간 경쟁은 상권 임대료 상승만 가져온 게 아니다. 점포 개별 매출 하락을 필연적으로 불렀다. 올해 3월 기준으로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빅5로 불리는 편의점 점포수는 총 4만192개다. CU 1만2735개, GS25 1만2635개, 세븐일레븐 9371개, 이마트24 2949개, 미니스톱 2502개 등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전국 편의점 수는 2만4859개였다. 6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2010년에는 1만6937개에 불과했다. 무섭게 늘어난 우리나라 편의점 수는 편의점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점포수가 5만6000개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하다. 일본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2.5배 많다.

그동안 정부도 과다경쟁을 부추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동일 브랜드에 한해 도보 거리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었다가 2014년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기준을 폐지했다. A씨의 편의점 200m 거리 안에 동일 브랜드를 포함해 6개 편의점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4개 편의점 업체 15개 가맹조건 시뮬레이션

본사가 점포수를 늘릴수록 매출이 커지는 구조는 현재의 과다경쟁을 부추겼다. 편의점 업계들은 점주와의 상생 대신 양적 성장에 집착해 왔다. 일단 점포를 개설해 놓으면 본사는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떼고 나서도 점주의 손익계산은 끝나지 않는다.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영업이익에 가맹수수료를 떼고 나면 인건비와 임차료 등을 해결해야 한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의 15개 가맹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는 참혹했다. 우선 편의점 평균 매출인 약 5억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율을 편의점 평균 수준인 25%로 잡았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계산한 뒤 계약조건별 가맹 수수료를 뺐다. 그렇게 계산해 남은 돈은 최소 420만원, 최대 840만원이다. 세븐일레븐의 위탁가맹 형태가 가장 낮았고, CU 점주수익추구 1형·세븐일레븐 공통투자형이 가장 높았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4개 편의점 업체 15개 가맹조건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서창완 기자) 2018.7.20/그린포스트코리아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4개 편의점 업체 15개 가맹조건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서창완 기자) 2018.7.20/그린포스트코리아

여기서 인건비, 임차료 등을 빼야한다. 2017년 최저임금 7530원에 하루 24시간, 한달 30일을 단순히 곱해본 인건비가 542만1600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이 값을 빼면 마이너스가 표시되는 가맹조건은 3개, 15개 조건의 평균치는 121만4400원이다. 점주가 24시간 오롯이 노동했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한 최저임금보다 평균 121만원 남짓 더 가져가게 된다.

올해 12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종로구 편의점주 B씨(60대)도 이런 현실을 지적했다. B씨는 “편의점으로는 겨우 생활비 정도 버는거지. 가맹본부 상대하는 거 만만치 않다”면서 “우리 부부는 은퇴하고 하는 거니까 여유자금도 있는 상태에서 그럭저럭 일한 만큼만 딱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점포수가 가장 많은 CU는 분기별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매출에 힘입어 93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GS25는 6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전이었다.

편의점 업계는 가맹 수수료 문제 등 지적에 대해 업계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CU, GS25는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2.2%, 1.54% 정도라며 이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점주들은 이미 24시간 내내 일한다고 가정해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만큼만 가져가고 있다. 낮은 영업이익률의 원인을 과도한 매출 부풀리기 경쟁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책임 또한 2010년부터 해마다 3000~4000개 점포를 늘려오며 점주와의 상생을 포기해 온 가맹본부에 있다.

seotiv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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