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대체복무제 아닌 합리적 대체복무제로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임 변호사가 제시안을 발표중이다.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임 변호사가 제시안을 발표중이다.(권오경 기자)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징벌적 대체 복무제’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징벌적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 반대의사를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이날 발표한 제시안은 크게 △복무영역 △복무기간 △복무제운영기관 △복무신청기준 등으로 나뉜다.

이들은 민간영역에서 사회 공공성을 향상하는 복무 분야를 대체복무제 복무 영역으로 제시했다. 치매노인 돌봄영역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영역, 의무소방 등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 변호사는 “인구고령화와 치매인구 증가로 인해 돌봄 부담이 한국사회의 큰 문제”라면서 “이는 가족 간 갈등, 실직 등을 유발하고 결국 사회적 비용을 급증시킨다. 이 같은 돌봄영역은 24시간 관찰 및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복무 난이도도 높다. 병역거부자들이 돌봄영역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 안전망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대체복무위원회가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제사회도 대체복무 심사와 운용을 담당할 기구가 군이나 군 산하기관으로부터 독립해야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판정 및 대체복무 관리를 담당할 대체복무위운회를 국무총리실 산하 또는 복무영역에 맞춰 행정안전부 또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체복무 기간에 대해서는 현역 육군 복무기간인 21개월의 최대 1.5배인 30개월 이내를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제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대체복무제의 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 기준 1.5배 이상이면 또다른 인권침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1.5배 이상의 기간을 복무하도록 하는 것은 또다른 형벌이고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06년 현역 복무기간의 1.5배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복무하도록 하고 부작용이 없다고 확인되면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하는 대로 점차 단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합리적 대체복무의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통계에서도 대체복무기간에 대해 현역복무의 1.5배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실시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44.9%로 1.5배의 기간이 가장 많았고, 2018년 지난 7월에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현 복무기간의 1.5배인 2년 6개월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33.4%로 가장 우세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적정 대체복무 기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도 군복무 기간의 1.5배가 34%를 차지해 가장 높은 응답이 확인됐다.

임 변호사는 대체복무기간이 현 복무기간의 1.5배 이내여야 하는 이유로 ”한국의 군복무 기간이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어 임 변호사는 ”대체복무제의 복무기간을 현 군복무 기간을 기준으로 1.5배 이상으로 잡는다면 그 절대 기간 자체가 너무나도 길어지게 되는데 이는 20대에게 가혹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이들은 제도시행 초기 대체복무신청가능 인원의 상한을 두어 사회적 우려 불식시킬 것을 제안했다. 2010년 이후 병역거부 수감자가 연 500~600명 정도 발생한 것을 기준으로, 1년에 1000명 정도의 신청인원 제한을 두고 초기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현역 입영 대상자들이 대거 대체복무제를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대체복무를 시행하는 많은 다른 나라들에서 현역입영 대상자들이 급격하게 대체복무를 신청한 사례는 없었고 2000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오히려 예상보다 신청자가 적어 대체복무기간을 차차 단축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여론을 보면 심사기준의 타당성에 대한 우려도 많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범죄 전력이 있는지 등을 통한 엄격한 서면심사를 통해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방법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역 중 신청자의 경우 심판 중에 군인의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빠른 시일 내로 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군 내 갈등이나 이른바 '문제사병'에 대해서 임 변호사는 "대체복무제는 양심의 자유, 신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대체위원심의회에서 대체복무자로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단체는 복무 중 병역거부, 예비군 병역거부 모두 인정할 것 등도 주장했다. 이들은 “입영 전으로만 대체복무 신청기한을 한정하게 되면 구속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현역병 입영대상자의 대체복무는 인정하면서 군복무를 마친 예비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방치한다는 것은 논리적, 제도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 8개 국가는 현역 복무 중 대체복무 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히로카 쇼지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한국 헌재가 대체복무제 필요성을 인정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권의 문제로서 인식했다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국제법상 그어떤 법적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 사상, 종교, 신념에 따른 결정을 처벌하는 것은 엄연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해 2006년 5월 출소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는 ”헌재는 결정을 했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마저도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려운 해결과제이지만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다양성이 존중되는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입법이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제시안 발표 기자간담회는 참여연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 세상 등의 주최로 진행됐다.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을 발표했다.(권오경 기자)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참여연대 등 5개 시민단체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시민사회안’을 발표했다.(권오경 기자)2018.7.19/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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