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기업 집단의 공익법인 거래를 ‘악용 사례’로 지목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제공) 2018.7.2/그린포스트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기업 집단의 공익법인 거래를 ‘악용 사례’로 지목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제공) 2018.7.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서창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의 운영 실태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주요 대기업 집단의 공익법인 거래를 ‘악용 사례’로 지목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날 발표에서는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한 의심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공익법인을 활용해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는 꼼수를 부린 업체도 있었다.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 가운데 총수가 있는 재벌 그룹 44개가 가진 공익법인이 149개로 90% 이상이었다. 동일인,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 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한 경우가 165개 중 138개(83.6%)였고, 총수와 특수 관계인이 공익법인의 대표인 경우는 98개(59.4%)였다.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 주식 보유 비중은 21%가 넘었다. 특히 자체 계열사 주식 보유 비중이 16.2%로 주식 보유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주식들이 수익에 기여한 비중은 1.15%에 머물렀다. 또한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 중 112개가 출연 주식에 대해 상속 증여세를 면제받았다. 공익법인들은 계열사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때 100%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65개 공익법인 중 60%에 해당하는 100개가 내부거래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공익법인을 통해 총수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의심을 받는다. 공정위는 재단이 2016년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거진 순환 출자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인 것에 대해 지배력 유지를 위한 행위로 판단했다. 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면서 이사장인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다른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앞세운 것으로 봤다. 조 회장이 이사장인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이 재무 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때 정석인하학원이 52억원을 출자하며 이 중 45억원을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정석인하학원은 증여세 면제로 45억원을 받으면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정석인하학원의 행보에 이상한 점이 또 있다. 260만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으로부터 직전 5년간 배당받은 돈이 없었다. 대한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익법인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지목받은 대기업도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과 글로비스는 2014년 기준 총수 일가 지분율이 각각 80.0%, 43.4%로 그해 2월부터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이에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을 일부 출연받으면서 이노션과 글로비스 총수 일가 지분율을 일감 몰아주기 기준(30%)보다 낮은 29.9%로 낮췄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국장은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강화가 기부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공익법인의 기부 문화 활성화 역할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제도 개선안을 설계할 때 양 측면을 다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seotive@greenpost.kr

seotiv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