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기업 ‘터치포굿’ 리씽크팀 안지혜씨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터치포굿'의 작업실 풍경.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터치포굿'의 작업실 풍경.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장미대선’을 기억하는가?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혁명을 거쳐 치러졌던 제19대 대통령 선거. 평소와 달리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이었기에 ‘장미대선’이란 로맨틱한 이름이 붙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투표에 쏠렸던 그 무렵, 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았던 기업이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 전문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이다. 

‘터치포굿’은 선거 시즌에는 주목의 대상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바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바로 ‘선거 현수막’에 시선을 돌렸다. 지난 19대 지방선거 당시 현수만 제작비용에만 14억원, 소각비용에는 28억원이라는 거액이 들었다. 매립과 소각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터치포굿은 현수막을 이용해 에코백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미대선 때는 ‘오년의 약속’이라는 타이틀로 현수막 에코백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참여자만 1318명, 모금액 2543만5100원, 목표치의 508%를 달성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터치포굿은 ‘독특한 업사이클링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사이클링만이 아닌 환경 교육,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낡은 청바지를 이용해 만든 가방, 인형 등. (홍민영 기자) 2018.06.29
낡은 청바지를 이용해 만든 가방, 인형 등. (홍민영 기자) 2018.06.29

터치포굿의 직원 수는 모두 13명. 이들은 각각 리씽크, 디자인, 교육, 업사이클 연구소에서 자신의 일을 맡아 하고 있다. 리씽크는 홍보를, 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을, 교육은 환경 교육을, 업사이클 연구소는 보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방식 탐구를 한다. 텀블벅에서 화제를 모았던 현수막 에코백도 이들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현수막과 페트병을 이용한 펠트 제품,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플라스틱 블럭….

업사이클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좀 더 다양하고 신선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초여름의 햇살이 따가운 6월, 서울 새활용플라자에서 터치포굿 리씽크 부서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안지혜씨를 만났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터치포굿 본사가 아닌 새활용플라자를 만남의 장소로 택한 것도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새활용플라자 1층에 있는 전시공간에는 다른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과 함께 터치포굿의 ‘평창 램프’가 진열되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버려진 성화대를 이용해 만들어진 램프다. 동계올림픽의 상징인 ‘ㅍ’, ‘ㅊ’, ‘*’ 모양의 램프가 부드럽고 편안한 주홍색으로 빛났다.  

위층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공간도 방문해볼 수 있었다. 작업이 진행되는 테이블 옆에는 업사이클링을 거쳐 만들어진 원단이 전시되어 있다.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해 만든 펠트 파우치, 가방, 필통도 보였다. 만져보니 의외로 단단하고 매무새도 튼튼했다. 당초에는 담요도 만들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지금은 생산을 중단했다.

소재은행은 새활용플라자 지하에 마련되어 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유리병, 솜, 양말, 버려진 청바지부터 소방 호스까지 없는 게 없었다. 소방 호스는 어떻게 재활용되느냐 물으니 화분으로 만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튼튼하기 때문에 습기에도 잘 버틴다고 했다. 

버려진 청바지를 이용해 만든 가방이며 인형(이스트인디고/젠니클로젯 제품)도 매력적이었다. 사용감은 물론이고 디자인적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재활용 소재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소재 은행은 아주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현재는 가오픈 상태이고 9월부터 본격 운영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재 은행을 소개하는 관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신청자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대를 재활용해 만든 램프.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대를 재활용해 만든 평창램프.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관람 프로그램을 비롯해 환경 교육 프로그램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터치포굿의 교육 프로그램 중 인상적인 것은 일명 ‘숨은 제비 찾기 프로젝트’인 ‘3399(삼삼구구)’ 도시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최근 주거형태가 바뀌고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도시에서 제비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점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도시 곳곳을 다니며 ‘제비 찾기’에 나선다.

제비를 발견하면 ‘숨은 제비 찾기’ 애플리케이션에 제보해 도시 데이터로 활용한다. 배설물 문제로 제비를 꺼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활용 제품을 이용한 ‘똥받이’도 제공하고 있다. 

또 청년 구직자와 환경 기업을 연결해 주는 ‘뉴딜 일자리 사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펠트 제품.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펠트 제품.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어려운 점요? 인식 개선이죠

 

10년째 업사이클링 기업의 길을 걷고 있는 터치포굿. 재활용을 전면에 내세운 1세대 사회적 기업이지만 아직도 어려운 점은 많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인식 개선’을 꼽았다. 

“독일의 ‘프라이탁’이라는 업체를 아세요? 폐기된 트럭 덮개,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제품 하나당 가격이 20~70만원씩 해요. 그럼 사람들은 말하죠. 어차피 폐기물로 만들어진 가방인데 왜 그렇게 비싸? 공짜로 줘도 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요. 운반, 선별, 세척, 재공정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거든요. 결국 프라이탁의 가방 가격은 거의가 인건비죠. 모든 재활용 제품이 마찬가지예요.”

재활용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존중해줘야 하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안지혜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안지혜씨는 웃었다. 

터치포굿의 시작이 소위 말하는 ‘맨땅에 헤딩’이었던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뒤바뀌는 날,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고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터치포굿의 목표이기도 하다.

안지혜 씨.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안지혜 씨. (홍민영 기자) 2018.06.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했다. 우선 장미대선 때 호평을 받았던 현수막 재활용 사업도 계속 할 예정이다. 또 선거 후보들에게 ‘친환경 선거’를 위한 제안도 이어가야 한다. 홍보물을 콩기름으로 인쇄하고 잉크가 적게 드는 에코폰트를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일이다.

기업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면 그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사회적 계약’도, ‘제품 아이디어 공모전’도 있다. 버려지는 천이나 플라스틱만이 아닌 바둑돌, 옥매트, 칫솔 등 상상조차 어려운 소재들이 공모전의 주제로 등장한다. 

“옥매트는 도대체 어떻게 재활용해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안지혜씨는 답했다. “그 방법을 찾는 것이 터치포굿의, 그리고 터치포굿을 지켜봐주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옥매트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쓰레기가 되는 순간 ‘애물단지’가 되는 물건들이 널려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노력하면 다시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나아갈 길, 더불어 살아가는 길과도 연결되어 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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