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효석 라(lar)슈즈 대표와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자신의 손에 땀이 많아 패션 장갑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생산공장이 없었다. 분야를 신발로 바꿨다. 생산에 나서려 하니 계약했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 다음 찾은 공장에서는 목돈 500만원을 사기당했다. 사업한 지 1년도 채 안 됐을 무렵, 서른이 된 계효석 ’라(lar)슈즈‘ 대표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계효석 라슈즈 대표는 친환경 신발을 제작하며 수익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한다.(주현웅 기자)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계효석 라슈즈 대표는 친환경 신발을 제작하며 수익 일부를 보육원에 기부한다.(주현웅 기자)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1일 서울 불광동 청년혁신파크에서 만난 계 대표는 이처럼 사업의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라(lar)슈즈는 ’주위를 둘러보자(Look ARound)‘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 친환경 소재의 신발을 만들고, 한 켤레를 팔 때마다 5000원씩 보육원에 기부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계 대표는 “이런 사람한테까지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세상이 싫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사기당한 일은 그냥 잊기로 했어요. 저 스스로 정한 사회적 미션, 즉 사명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사업을 접을까‘ 할 정도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순간이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분명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신발로 사회에 친환경적 가치를 더하고,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돕겠다는 미션을 갖고 시작했던 사업이니까요.”

계 대표는 스물 세 살에 미국 명문 패션스쿨인 FIDM(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배웠다. 그 후 포에버21 산하 벤더에서 마케터, 팀장으로 활동하며 패션산업이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갖춰나갔다. 그 과정에서 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고, 국내로 돌아와 라슈즈를 탄생시켰다.

라슈즈가 친환경을 추구하고 아이들의 꿈을 돕는다는 미션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계 대표는 그것들이 필요한 이유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직접 본 이상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에서 일할 때 창고에 쌓인 신발 등 의류의 재고가 너무 많더라고요. 원단 만들 때 농약도 많이 쓰는 데다, 폐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대형 패션 브랜드 업체들이 환경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는구나 싶었어요. 나는 패션브랜드를 만들어서 절대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을 돕겠다며 보육원 기부에 나선 것도 미국에서 경험한 바가 있어서다. 매일매일 배고팠던 그 시절을 계 대표는 ’일시적 고아‘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더 어려서부터 고아가 된 아이들은 얼마나 배고프고 힘들까’라는 생각에 귀국 후 보육원 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친환경 신발을 안감을 비롯한 재질 전체가 천연소재로 만들어졌다.(라슈즈 제공)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 신발을 안감을 비롯한 재질 전체가 천연소재로 만들어졌다.(라슈즈 제공)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 신발은 생소하다. 이에 계 대표는 깔창을 먼저 보여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라슈즈 제품의 깔창은 고무나무 수액을 굳혀서 제조한 천연 라텍스다. 그 특성상 부드럽고 탄성이 강해 복원력에 뛰어나지만, 세균이 서식 자체를 못하기 때문에 발 냄새 제거는 물론 건강에도 이롭다.

신발의 전체 재질에도 각종 혼합물이 안 섞여 있어 맨발로 신어도 부담이 없다. 이는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업체들이 피혁 가공사 등 곳곳서 수거한 가죽의 혼합물을 전부 분쇄, 세척과 리사이클을 통해 100% 천연가죽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친환경 신발이 이렇게 좋다면, 다른 신발 제조업체들도 같이 만들면 되지 않을까. 계 대표는 “대형 브랜드들은 그동안 신발에 친환경성을 더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 왔다”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많은 신발 브랜드 업체가 사회적 미션보다 원재료 값 낮추기 등의 비용 문제를 우선 가치로 삼아온 게 그가 바라본 업계 모습이다.

론칭 1년 차에 불과한 라슈즈가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슈즈가 지향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를 비용 문제보다 우선순위에 둔다고. 특히 고객들도 소비를 통해 사회적 역할에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기에, 규모가 작더라도 많은 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계 대표는 말한다.

“신발 한 켤레 당 5000원씩 보육원에 기부가 돼요. 소비자는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함으로써 상품과 보람을 동시에 얻을 수 있죠. 현재 2곳의 보육원에 700만원가량을 기부했어요. 시간이 흐르면 250개 이상의 보육원에 안정적인 기부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대개 미래의 사업 확장 규모를 말할 때 직원 수나 자본금 등을 따지지만, 우리는 몇 곳의 보육원에 지속·안정적인 기부가 이뤄지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요.”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계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는 친환경 소재의 한계를 조금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한때 커피찌꺼기로 의류를 제작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한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는 친환경 의류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게 당시 판단이었다. 계 대표에 따르면 일본과 스위스 등 선진국에선 친환경 의류기업이 업계 상위권이다.

계 대표는 친환경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분명 이전보다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커졌어요.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에는 여전히 아쉬운 것도 사실이에요. 많은 기업, 사람들의 환경보존 실현을 유인할 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무엇을 곁에 두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받지 않길 바라요. 그러려면 소비자들도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다 가졌으면 합니다.”

라슈즈 재질에는 혼합물이 섞이지 않았다.(라슈즈 제공)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라슈즈 재질에는 혼합물이 섞이지 않았다.(라슈즈 제공)2018.6.2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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