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6곳 중간수사 결과 38명 기소…하나은·KB국민은 2곳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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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지난 8개월간 금융권을 흔들었던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태.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현직 은행장과 인사담당자 등 38명을 기소했다. 또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2곳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전·현직들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은행권 분위기는 암울하다.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에 기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당국은 1심 판결을 지켜본 후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간부 자녀 부정 합격' '남녀 별도 커트라인 적용' 등 채용비리 천태만상 

대검 반부패부(부장검사 김우현 검사장)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6곳을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수사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2곳도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하나은행은 함영주(61) 은행장과 장모(63) 전 부행장 등 4명이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송모(54) 전 인사부장 등 2명은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추가 기소됐다.

함 은행장은 2015년과 2016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 대상자들을 합격시키고 남녀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 성별에 따라 별도 커트라인을 적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들에게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2013~2016년 남녀 차별 채용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우리은행은 이광구(60) 전 은행장과 남모(59) 전 수석부행장 등 6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서류전형에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키고 면접에서 전 국정원 간부 직원의 딸 등 불합격자 7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6년과 2017년 채용 과정에서도 다른 은행 간부들의 자녀들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 등도 있다.

국민은행도 이모(59) 전 부행장 등 인사 담당자 4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중 3명이 구속됐다. 이 전 부행장 등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행원 및 인턴 채용 과정에서 청탁대상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이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과 함께 국민은행도 2015년 신입 채용 당시 서류전형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113명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여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등급을 낮춰 불합격시키는 등 남녀를 차별해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채용 비리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관련 혐의가 없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산은행은 성세환(66) 전 BNK금융지주 회장 등 총 10명이 기소됐고, 이중 3명이 구속됐다. 은행들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성 전 회장 등은 지난 2012년 신입행원 채용 절차에서 당시 부산시 세정담당관인 송모(62)씨로부터 아들의 채용을 청탁받고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검은 부산은행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딸의 채용을 청탁한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도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의원 딸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박모(55) 경영지원본부장 등 4명도 재판에 넘겼다.

 대구은행은 박인규(64) 전 은행장 등 2명이 구속 기소되고, 나머지 임직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박 전 은행장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주요 거래처와 사회 유력인사, 부행장 등 청탁대상자 수십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 감사 및 수사기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인사부 직원들에게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하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광주은행은 지난달 서모(52) 전 부행장 등 2명이 구속 기소되고 양모(54) 전 부행장 등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양 전 부행장은 2015년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의 면접전형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줘서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금감원 등 관련기관에 통보해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금감원으로부터 넘겨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전국 6개 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현재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 임직원이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해임, 면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징계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사 사안의 경우 1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사안도 같은 기준으로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사퇴부터 남녀차별 논란까지 들불처럼 번진 ‘채용비리’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10월부터 장장 8개월간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시발점은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광구 행장은 곧장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사하면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청탁 논란이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1년도 안 돼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금감원 특별검사단이 채용비리 재검사에 나섰다.

청년실업률과 양성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의 폭발력은 상당히 컸다. 구직자들은 출신 대학이나 집안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방식에 분노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남녀 지원자 합격선을 달리 둔 것이 확인되면서 여성단체의 비난도 거세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일 은행연합회에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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