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 '경성부민의 여가생활' 발간
유흥가·음악·영화 등 다룬 총 7편 논문 소개

(서울시 제공)
일제 강점기, 배우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보는 학생의 모습. (서울시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우리 역사의 암흑기라 불리는 일제강점기에도 국민들은 다양한 유희, 여가, 놀이를 즐기며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100년 전 서울, 사람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여가 생활을 향유했을까.

서울역사편찬원은 일제강점기의 여가생활을 유형별로 조명하는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서울사람)의 여가생활'을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도서를 통해 유흥가, 음악, 영화, 음주, 수영장, 외식, 도박 등을 다룬 총 7편의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인 '교화' 명분...여가 개념의 첫 등장

서울역사편찬원에 따르면 여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3·1운동 이후다. 조선총독부는 조선인 '교화'를 명분으로 다양한 여가시설을 확대했다.

여가시설로는 공원·도서관·운동장 등 공공시설물과 극장·영화관 같은 관람시설, 카페·주점·음식점 등의 유흥시설, 경마장·마작장·당구장·골프장 등 오락시설이 마련됐다. 일본은 '흥행취체규칙(興行取締規則)'을 제정해 여가시설 통제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라디오와 음반 수집이 새로운 취미로 등장하고, 외식은 '행복한 가정'을 표상하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대두했다. 이때부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여가생활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사회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술, 음식을 즐길 때에도 '신분격차'...소수 상류층에게만 허락

음주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이용하는 술집이 다르고, 나오는 안주와 음주문화가 달랐다. 선술집은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반면 요릿집과 카페는 번듯한 건물에 입주했고 근대적 시설도 구비했다.

선술집이나 내외주점에서는 흰 막걸리를 마시고 한복을 입고 쪽진 머리를 한 전통여성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카페에서는 단발·양장에 스타킹을 착용한 직원이 내어준 '붉은 술 푸른 술'을 마셨고, 배경음악으로 재즈가 흘러나왔다.

외식문화에서는 설렁탕, 갈비 등 대중화된 음식이 인기였다. 그러나 외식은 소수 상류층에게만 허락됐으며 대다수의 소시민은 식당에 접근할 수 없었다.

◇'신기술' 레코드와 영화의 등장...여성이 주체가 된 여가

다른 여가 활동과 달리 음악, 영화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됐다.

음악 분야에서는 1930년대 기생출신 여가수가 대중가요를 점령했다. 당시 서울의 음반 사업은 녹음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일본 본사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일본 본사와 조선을 연결하는 레코드회사의 문예부장은 일본 유학파이거나 조선의 언론 및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일본 제국에 의해 만들어진 '슬픈 이미지'라는 조선인의 심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영화의 경우 1910~1930년대 중반 성행한 무성영화가 대부분이었다. 필름 교체 사이에 각종 공연 프로그램이 연출되고 영화 내용을 소개하는 변사의 해설이 가미된 형태였다.

◇수영장의 첫 도입...전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스포츠 분야에서는 여름철 여가로 수영이 등장하고, 인공 수영장이 처음으로 조성됐다. 

한강 수영장은 여름에는 피서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 및 낚시터로 변하며 행락지로 명성을 떨쳤다. 뚝섬·서빙고는 하루에 2만~3만명이 찾을 만큼 물놀이의 핵심지로 불렸다.

인공적으로 수영장을 만드는 기술이 도입된 후에는 경성운동장과 용산의 철도국, 각급학교 내에 '풀'이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수영강습과 수영대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체제기에 들어서자 경성부 학무과는 아동들의 체력 향상을 위해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을 합숙시키며 안양·퇴계원 등지의 풀에서 수영 연습을 시켰으며, 징병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수영 강습회도 개최됐다. 서울 사람들의 여가시설은 전쟁의 수행을 위해 이바지하는 곳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바론카페와 본정바. (서울시 제공)
바론카페와 본정바.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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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코시백화점 식당 내부. (서울시 제공)
영화관 '명치좌' (서울시 제공)
영화관 '명치좌' (서울시 제공)
한강변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 (서울시 제공)
한강변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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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풍경.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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