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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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간호사 10명 중 8명이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4명이 일명 ‘태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6명이 폭언을 들은 적 있고, 폭행과 성폭력은 각각 1명씩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관 내 갑질 문화와 인권 유린 실태 조사' 분석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약 2개월 간 간호사 60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6094명의 간호사 중 83.8%(5105명)가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태움(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훈육시키고 괴롭히는 것)’에 대해서는 41.4%(2524명)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욕설‧모욕‧반말‧험담‧무시‧비하 등 폭언을 들은 적이 있는 간호사는 65.5%(4000명)였고, 폭행 경험자는 10.5%(641명),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13.0%(794명)였다. 

근로조건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을 100%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5.9%(361명)에 불과했으며,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대답이 절반 이상인 54.5%(3321명)를 차지했다. 식사시간을 100% 보장받는다고 응답한 간호사도 11.3%(687명)에 그쳤고, 31.6%(1925명)가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휴가를 100% 보장받는 간호사 역시 21%(1302명)에 불과했으며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는 18.4%(1120명)로 조사됐다. 간호사들이 기본적인 휴게시간, 식사시간,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처우 또한 심각한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2.7%(4433명)가 시간 외 근무를 하고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시간 외 근무수당을 아예 신청하지 못하도록 금지당한 간호사도 28.3%(1722명)에 달했다. 이밖에 업무 관련 교육, 워크숍, 회의 등에 참가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57.2%(3486명)였고 56.4%(3429명)의 간호사는 체육대회 등 병원 공식행사에 참가했으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근무환경과 직무 스트레스, 태움 때문에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0.1%(4272명)의 간호사가 이직 의향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근무환경 때문에 신규 간호사의 33.9%가 1년이 되기 전에 이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서울 모병원 신규 간호사 자살 사건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마지막 경고”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6일 창립 20주년 기념 국내세미나와 기념식, 27일 국제세미나에서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문제를 다룬다. 또 오는 28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 유린 근절 △시간 외 근무 줄이기, 공짜 노동 없애기 △의료 기관 평가 인증기간 인력과 업무 유지 △야간‧교대 근무제 개선 △실 노동시간 단축 △보건 의료 인력법 제정을 중심으로 한 노동존중일터 만들기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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