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지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가 또다시 재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각계에서는 대기업이 위험한 작업에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막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고 역시 제철소 내 험한 작업은 외주 노동자에게 맡긴 현장 작업 구조가 초래한 비극이다.

25일 오후 4시 25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 산소공장 냉각탑에서 포스코 외주업체 노동자 직원 4명이 작업 중 노출된 질소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숨진 노동자들은 포항제철소 외주업체인 TCC한진 소속으로 산소공장 안에 있는 냉각탑의 충전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질소가스를 마시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TCC한진은 제철·발전설비 등 포항제철소 내 핵심 설비를 정비하거나 공사·시운전하는 특수기계설비 정비 회사로, 1975년부터 포스코 하청업체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고가 난 산소공장 냉각탑 충전재 교체 작업 중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으나, 포항제철소에서 외주업체 노동자가 숨진 건 처음이 아니다.

실제 포스코에서는 최근 5년간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6명이 다쳤고 6명이 숨졌다. 지난 2013년에는 파이넥스 1공장 내 용해로에서 폭발사고가 나 외주업체 노동자 한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7월에는 4고로에서 폭발화재사고가 났고, 12월에는 파이넥스 3공장 주변 플랜트 산소설비가 폭발해 외주업체 노동자 2명이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2014년 5월엔 용광로 안에서 가스밸브 교체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5명이 폭발사고로 부상을 당했으며, 7월에는 파이넥스 1공장 외벽 가스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외주업체 노동자들이었다는 데 있다. 포스코가 위험한 작업은 하청에 떠넘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사고는 포스코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3일에는 현대중공업 외주 노동자가 선박 블럭 안에서 절단 작업을 하다 작업복에 불이 붙어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사고 직후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안타깝게도 25일 사망했다.

지난달 9일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로 숨진 3명의 노동자도 모두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에서 작업 중 폭발사고로 4명의 협력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7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정책제도 연구과제로 수행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사고사망만인율은 원청·상주 하청업체(0.21명), 원청·상주 및 비상주 하청업체(0.20명), 원청(0.05명)의 순이었다. 하청 노동자의 사고사망만인율이 월등이 높은 것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로 일감을 몰아주는 수직적인 하도급 구조에 대한 개선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 제일 낮은 가격을 써내 일감을 받는 최저입찰제의 폐해도 없애야 하고, 사고가 났을 경우 산재예방·보상·처벌에서 원청업체가 빠져나가는 행태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잊을만 하면 터지는 위험의 외주화 비극은 여전히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사고 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외주사 직원분들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신 데 대해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신속한 사고 수습과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매번 사고가 날때마다 반복된 행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포스코 관계자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책임과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사과문을 보면 된다”며 “더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대답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saeah53@naver.com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