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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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신새아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검찰에 적극 협조해 ‘특검도우미’ 또는 ‘특검복덩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시호씨가 법원에서 검찰의 구형(1년 6개월)보다 더 높은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플리바게닝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다. ‘범죄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과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극렬히 맞서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란 피고인이 혐의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 혐의에 대해 증언하면 그 대가로 검찰이 형을 경감해주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는 일종의 '거래'다. 유죄협상제 또는 사전형량조정제도라고도 한다.

이 제도가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나라는 미국이며,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도 제한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도 내년 6월부터 범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이 구형량을 줄여주는 ‘사법거래’가 도입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다. 

그러나 최근 법조계의 행보에서 본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이달 초 전체회의에서 뇌물, 배임, 횡령 등 ’거악’으로 자리잡은 중대부패범죄에 제한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수사를 통한 증거확보 수단으로 플리바게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예시된 류의 범죄는 관련자 진술 없이 혐의 입증이 어렵다. 예를 들어 현금으로 뇌물을 주고 받았을 경우 계좌추적으로 해당 사실을 파악할 수 없어 공여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와 같은 논란 속에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 입증에 지대한 역할을 한 장시호에게 구형보다 높은 선고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씨가 검찰에게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깃털'에 불과했던 장씨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게 향후 비슷한 사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백'을 대가로 범죄자의 형량을 덜어주면 사법 정의가 ‘거래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범죄가 점점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으며, 진술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강자'는 미꾸라지처럼 법망에서 빠져나가고, '약자'만 희생돼 온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기 위한 방편으로 플리바게닝 제도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장시호가 특검 도우미로 신나게 활약한 이유는 본인 형량에 대해 검찰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비공식적 플리바게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구형보다 강력한 선고에 검찰도 장시호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검찰과 판사의 '줄다리기'가 자칫 플리바게닝에 대한 신뢰도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플리바게닝 도입은 '소'를 버리고 '대'를 취하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플리바게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saeah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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