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지시도
팔레스타인 반발… 서방 국가들 강한 우려와 비판

출처=구글
출처=구글

 

[그린포스트코리아 조옥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며 “오늘의 발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킨다”며 자신의 대선 공약이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며 “이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미국이 그간 행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스스로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이스라엘의 평생 숙원을 들어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에 아랍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동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교황과 유엔을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의 결정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과 동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이자 평화협상 대표는 이와 관련 “2국가 해법은 끝났다”고 한탄했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평화공존 구상이다.

에레카트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2국가 해법은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이제는 강에서 바다까지 유구한 역사의 팔레스타인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하나의 국가를 위해 투쟁할 때”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현지 TV 중계 연설을 통해 “이 결정은 테러리스트 그룹에 도움이 되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국제 사회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성명을 내고 “도시의 현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면 “이미 다수의 잔혹한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지 않도록 지혜와 분별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예루살렘의 지위는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력적 사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프랑스가 인정하지 않고 국제법과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위배되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 결정이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pigy9@naver.com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