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 멸종위기종 조류의 천국

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조사 결과 2011년 대비 76종 늘어난 815종 야생생물 서식 확인

매·조롱이 등 멸종위기종 조류 서식 많아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에서 포착된 멸종위기Ⅰ급 '매' 모습 [출처=국립환경과학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현영 기자] 화산폭발로 생겨난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가 멸종위기에 몰린 조류의 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습지에는 매, 불은배새매 등 5종의 멸종위기 조류뿐만 아니라 800여 종의 야생생물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25일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을 정밀조사한 결과, 2011년 대비 76종 늘어난 815종의 야생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는 화산 폭발에 의한 크고 작은 암석이 화구 주변에 원추형으로 쌓인 ‘스코리아 콘’ 지형으로, 보기 드문 화구호습지 가운데 하나다. 이 습지는 산 정상 부근 호수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활엽수림이 어우러지는 등 우수한 자연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는 2009년에 이 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등록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습지보전법’ 제4조에 따라 5년 단위로 물장오리오름 습지보호지역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분야는 지형·지질·퇴적물, 수리·수문, 식생, 식물상, 조류, 포유류, 육상곤충, 양서·파충류, 저서성무척추동물, 동식물플랑크톤 등 총 10개다.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 모습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지난해 조사결과, 물장오리오름 습지에 사는 생물종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포함해 식물상 175종, 조류 27종, 포유류 12종, 양서파충류 9종, 육상곤충 532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29종, 동식물플랑크톤 31종 등 총 815종으로 확인됐다.

과학원은 “전체 생물종 수는 2011년 정밀조사에 비해 76종이 늘어났다”며 “이는 200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매를 비롯해 Ⅱ급인 붉은배새매, 조롱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5종의 멸종위기종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화구호습지와 같은 산지형 습지보호지역 평균 멸종위기종 조류 출현이 3.2종인 데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물장오리오름 습지는 붉은배새매, 긴꼬리딱새가 알을 놓고 새끼를 기르고 있는 핵심 서식지로 나타났다.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제주 물장오리오름 습지에서 포착된 멸종위기Ⅱ급 '붉은배새매' 모습 [출처=국립환경과학원]

이정환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물장오리오름 습지의 자연생태계에 대한 기초자료가 확보됐다”며 “개별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보전 계획과 습지 관리정책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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