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과거로의 회귀 또는 최신 기술의 사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각 국의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친환경이 되고 인류애가 될 수 있다"

안성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정기술을 소개하면서 그간의 네팔 활동과 앞으로 북한까지 적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 교수는 2회에 걸쳐 네팔에 적정기술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적정기술이 공적자금원조(ODA)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편린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봉사 활동을 통해 한국에선 히터 하나 분량인 2kW의 전력만으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네팔의 고산지대의 밤을 밝혔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고 소모 전력이 일반 형광등이나 백열등과 큰 차이를 보이는 LED 등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이로우며 지속 가능한 민간 지원이 된다는 의미가 다른 봉사활동과 다르다"면서 "각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적정기술들이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최근 선진국에서도 이와 같은 기술의 적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에너지 낭비가 심한 많큼 효율성을 꾀할 수 있는 적정기술의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 일문일답.

Q.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

A. 어떤 이들은 인도의 간디가 적정 기술의 시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는 슈마허란 학자가 '중간 기술'이란 이름을 붙여 저개발국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칭했다. 싸게 저개발국에 전수할 수 있는 기술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개별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조합해 적용하는 것들이 적정기술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ODA의 성격을 띄고 있는 부분도 있다.

현재까지는 개발되지 않은 국가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 왔으나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적정기술을 개발하는 추세다.

Q. 적정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떤가.

A. 미국과 유럽의 NGO들이 개발을 꾸준히 해 왔고 한국의 경우는 7~8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단계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 폰과 적정기술을 조합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버클리 대학에서는 스마트 폰 렌즈에 부착할 수 있는 마이크로 스코프 렌즈를 하나 붙여서 휴대용 현미경을 만드는 사례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해서 수질을 분석하는 적정기술이 등장해 호평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Q.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 왔나.

A. 첫번째로 작년부터 적정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수업을 서울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새로운 지식을 얻는 시간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의를 듣는 모로코 학생 한 명이 신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의족을 개발했다. 모로코의 경우 전쟁이 나면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게 아니라 발목을 다 자른다고 한다. 때문에 부양할 사람들이 생겨 전황에 유리하게 만드는데,

최근에는 13명 정도의 학생들과 네팔 지역으로 LED 및 태양광 발전기 설치 봉사를 다녀왔다. 네팔 지역 두 개 마을에 LED와 태양열 패널을 설치, 불이 없었던 지역에 밤의 불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들어간 에너지는 2kW밖에 되지 않는다. 연간 1만 명의 관광객들이 해당 마을을 찾는데, 이제는 야간에 전기의 혜택을 볼 수 있게끔 됐다.

Q. 일반적으로 ODA를 비롯, 봉사활동이라는 게 지속성이 없어서 지적을 받고 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적정기술을 적용해도 지속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A.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전력량계를 설치해서 실시간 요금제와 같은 형태로 지속 가능한 관리를 가능하게끔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미 마을사람들의 사인을 받았고 그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금액을 모으게끔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LED등을 설치해 준 후 숙박비를 100루피 더 올렸고, 고산지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전기 충전을 돈을 받고 해주고 있다. 결국 돈이 생기니까 이를 모아서 5년 후에 18개 배터리가 다 수명을 다한다면 그들이 직접 돈을 내고 제품을 사서 갈도록 종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적용한 삼성LED 제품과 같은 한국 기술을 보고 발전기 설비를 교체할 때 한국 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후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순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적 원조와 비즈니스화의 '윈-윈'도 가능하다고 본다.

Q. 한국의 전력 사용이 한계다. 적정기술을 활용해서 이 에너지 소비를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

A. 우선 우리 학생들 중 네팔을 갔다 온 학생들의 경우 백열등을 볼 때마다 전력이 너무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관점에서 봤을 때 적정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많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산업계에서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데도 추가 비용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효율화 및 적합화를 위한 적정기술들이 많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Q. 한국의 경우 LED 교체가 더디다. 가격 문제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보는데.

A. 일단 인식의 문제일 것이다. LED의 경우 3~4배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다 보니 정부 지원 없이 지금 당장 사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미 비즈니스화 됐기 때문에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판단한다. 이번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산 LED 전구도 이전보다 가격이 확 떨어졌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면 가격도 떨어지고 바껴나갈 것으로 본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우선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의 예산 지원을 받아서 더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 이미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과 지역은 끝도 없이 많지만 예산 지원 부분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 네팔과 같은 형태로 LED등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고 싶다. 북한의 경우도 밤이 되면 에너지가 부족해 전체적으로 소등하는 것을 위성을 통해 확인이 된다. 이들에게 불을 밝혀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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