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휴가철 유기동물 처리건수 평균 9015건… 강릉·함안 보호소는 '정원 초과'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유기견보호센터 [사진=환경TV]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유기견 구조 요청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키우다가 싫증이 나니까 슬그머니 버리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키우질 말았어야 하는데..."

경기도 양평의 A동물보호센터 관계자의 탄식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유기견 구조가 평소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피서객이 몰리는 강원도 강릉의 한 해수욕장에서 최근 하루에만 유기견 4마리를 구조한 적도 있다는 것.

실제로 강릉시립유기견보호소의 경우 수용할 수 있는 반려동물은 40마리에 불과한 반면 이달 현재 수용중인 동물이 100마리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절반 이상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형편.

경남 함안의 유기견보호소 또한 적정 수용 개체수는 60마리에 그치지만 4일 현재 들어와 있는 반려견은 200마리에 달한다. 수용 가능 개체수의 3배가 넘은 것. 

기르던 반려동물을 여름 휴가철에 피서지 등에 슬그머니 버리고 가는 사례가 비단 올들어서만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으며, 갈수록 그 숫자가 늘고 있다는게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들의 설명.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8월의 '유기동물 처리' 건수는 월 평균 9015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7478건보다 20% 이상 많은 수치여서 반려동물 유기행위가 여름 휴가철에 집중되는 현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보호소에 들어간 유기견은 운이 좋으면 입양되거나 위탁·사설 보호센터로 보내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대부분은 규정에 따라 안락사 처리된다.

동물 전문가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이르렀지만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고 책임지려는 의식이 부족해 이런 결과가 매해 휴가철마다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동물이 어릴 때 귀엽다며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막상 크니까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을 생명으로 여기고 책임을 느끼는 인식이 부족해 쉽게 산 만큼 쉽게 버린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의도적으로 유기해도 당국이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휴가철에 일부러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인식표가 달린 목줄을 제거하고 버리는 탓에 사실상 주인을 찾을 수 없다.

유기 행위가 적발돼도 처벌 수위는 약하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게는 형사처벌이 아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300만원으로 높인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유기견보호센터의 강아지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사진=환경TV]

 


lauryn0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