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 잔류농약 허용치 등 관련 규제 전무…환경부, "필요 없다"

시뮬레이션 골프(스크린 골프)의 급속한 확산으로 골프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전국의 골프장 수도 최근 6년새 100개 이상 늘었다. 골프장 증가에 따라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도 급증하는 건 당연한 이치. 그러나 골프장 사용 농약에 대한 규제기준이나 정확한 통계 등이 없다는 건 결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들과 골프장 종사자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골프장 인근 토양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우후죽순처럼 증가한 골프장의 농약사용과 관련한 특별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집중조명한다.[편집자] 

① 급증하는 골프장 농약사용량도 6년새 40톤 증가

② 골프장 농약 '맘대로' 살포...현대차 등 대기업 골프장도 "이하 동문"

③ 농약최다사용 골프장 '톱20'

④ OECD 농지 농약사용량의 3배...지하수 등 환경오염 우려는 '어떡하나'


헥타르당 농약사용량이 농지 평균보다 1.5배 가량 많은 현대차계열의 해비치골프장[출처=해비치컨트리클럽제주 홈페이지 화면캡처]

 



신뢰하기 어려운 골프장 농약사용 통계

최근 미국 시애틀 당국이 골프장에 농약을 뿌렸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애틀은 1999년 시가 운영하는 골프장 등에 농약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약 288톤의 농약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애틀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심층취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골프장의 농약사용으로 인해 환경오염과 이용객의 건강유해성 등을 경고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어떨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들이 사용한 농약의 규모는 2011~15년 5년간만 봐도 707톤에 달한다. 이는 순수 농약성분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양이며, 여기에 물 등 다른 재료를 섞어서 뿌리기 때문에 실제 뿌린 양(실물량)은 이의 3~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15년 전국 507곳 골프장에서 사용한 농약은 성분 기준으로는 155.3톤이지만, 실물량으로는 약 530톤이다.

그러나 이 수치도 100% 신뢰하기가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경부는 '골프장의 농약사용량 조사 및 농약잔류량 검사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골프장 농약을 관리하고 있다. 이 규정은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30종의 농약을 대상으로, 사용실태와 잔류량 검사 등을 통해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농약 잔류량 등을 검사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츨처=환경운동실천협의회]

 



이 규정에 농약 사용량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기준 등이 없다. 
사용품목과 사용량에 대한 통계수치도 골프장측이 직접 작성한 것을 지자체를 통해 환경부가 취합한 것일 뿐이다. 골프장측이 농약의 품목과 사용량을 직접 기재한 대장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가 이를 다시 환경부에 보고하는 구조다. 환경부는 이런 방식으로 1년에 두 차례 골프장 농약사용량 등을 '조사'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골프장이 품목과 사용량을 허위 또는 부실하게 기재해 제출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배보람 녹색연합 활동가는 "골프장 업주는 고독성 농약을 쓰지 않는 대신 일반 농약으로 고독성 농약 효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며 "농약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골프장에서 농약을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법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게 안타깝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골프장의 농약사용량 조사 및 농약잔류량 검사방법 등에 관한 규정

 


환경부, "골프장이 농경지보다 농약 적게 쓰기 때문"?
"훨씬 많이 쓰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는게 팩트

환경부는 골프장에서 쓰는 농약의 양이 농경지 사용량보다 적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없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농약이 등록단계부터 관리되고 있고, 골프장 사용량이 농경지 사용량에 비해 적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용량을 규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15년 전국 골프장의 평균 농약사용량이 헥타르당 5.45kg에 불과, 농경지 평균 농약사용량 11.6kg보다 적었으며, 따라서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은 절반만 사실이다. 

2015년에 농경지 평균 사용량보다 농약을 많이 쓴 골프장은 모두 36곳에 달했다. 특히 충북 충주시 소재 센테리움골프장은 헥타르당 농약 사용량이 24.23kg에 달했다. 이는 전국 골프장 평균보다 5배, 농경지 평균보다 2배이상 많은 양이다.

 



이븐데일CC(충북 청원) 더스타휴골프장(경기 양평) 아일랜드CC(경기 안산) 등도 20kg이 넘었다.
CJ계열의 해슬리나인브릿지(경기 여주), 현대차계열의 해비치(제주 서귀포), 코오롱계열의 코오롱호텔가든(경부 경주), 동원계열의 동원썬밸리(강원 횡성) 등 대기업 계열의 골프장들도 골프장 평균의 2~3배, 농경지 평균 이상의 농약을 살포했다.
헥타르당 농약사용량이 농지 평균사용량보다 1.5배 가량 많은 해슬리나인브릿지 컨트리클럽[출처=해슬리나인브릿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수도권 명문 골프장을 지향한다는 경기도 양평의 더스타휴골프장.헥타르당 농약 사용량은 농지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된다.[출처=더스타휴골프&빌리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따라서 농경지 평균 사용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농약을 페어웨이와 그린, 조경용 수목 등에 마구 살포하는 골프장이 이처럼 적지 않은 마당에, '평균사용량'만을 놓고 규제의 필요성이 없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토양오염조사기관으로 많은 조사용역을 수행한 환경보건기술연구원 백영만 원장은 "평균치를 기준으로 규제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통계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크다"면서 "골프장을 찾는 연간 3천여만명의 골프 애호가들의 건강 위해성과 환경오염의 문제를 면밀하게 살핀다는 차원에서 골프장의 농약사용량에 대한 규제를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잔류농약검사도 '허울'에 불과
금지농약만 검출 안되면 얼마든지 나와도 'OK'?

골프장에 잔류농약이 얼마나 있는지는 이용객들과 종사자들의 건강을 위해 아주 중요한 문제다. 
골퍼들은 맨손으로 공을 주워들고 내려놓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이용객이 몰려 기다릴 때는 잔디에 앉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골프장 페어웨이 또는 그린에 농약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골퍼들은 농약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현행 골프장의 잔류농약검사는 골퍼들에게는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골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금지된 성분이 나오는지만 확인한다. 사용이 금지된 고독성 농약 등만 검출되지 않으면 농약이 얼마가 나오든 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15년 전국 507개 골프장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315곳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것도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백재욱 환경운동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골프장 측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농약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국내 골프장 농약사용 기준은 문제가 있다"며 "농약은 수질·토양 오염은 물론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지만, 농약사용량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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