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주 한 호텔서 이사회 개최 후 결정

[출처=에너지정의행동]

 


14일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됐다. 공사 일시 중단이다. 노조 측의 무산될 줄 알았던 이사회가 이날 오전 경주의 한 호텔에서 기습 개최됐기에 가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날 경주 본사에서 한수원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한수원 이사회를 이날 오전 경주 스위트호텔에서 개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 중단 계획'을 의결했다. 

한수원 이사회는 6명의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등 1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과반수인 7명 이상 찬성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에 일시 중단에 관한 이행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공론화위원회를 9명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위원 선정절차에 들어섰다. 사실상,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으로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올스톱'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환경TV DB]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신호탄이 된 신고리 5ㆍ6호기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서 건설되고 있다. 각각 1400㎿ 규모로 오는 2022년 10월까지 사업비 8조6000억원이 투입, 완공될 예정이었다. 올해 4월 기준 종합공정률은 28%(설계 79%·구매 53%·시공 9%), 그동안 공사비와 보상비엔 2조6000억원가량이 들어갔다. 

문제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이번 결정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협력업체 1700여곳에서 근무하는 1000여명을 포함, 1만2800명의 일자리가 흔들리게 됐다. 공론화 기간인 3개월간 피해 규모도 인건비 120억원을 포함,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수원 노조의 추산이다. 

남건호 한수원 노조 기획차장은 "노조에 말 한마디 없이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해버리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답답하고 억울해 화만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남 기획차장은 "이사회가 열린 호텔을 빠져나가는 이사들을 한 명씩 잡아 항의도 해봤지만, 한번 가결된 사항을 어떻게 되돌릴지 몰라 억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에너지정의행동]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의 뜻을 밝혔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사무국장은 "드디어 탈핵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은) 논의와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유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한 채 논의에 들어선 것은 탈핵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결정을 발판 삼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건설 중인 나머지 원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수원은 완공을 앞둔 신고리 4호기(공정률 99.6%)와 신한울 1·2호기(공정률 94.1%)를 제외하고 6기의 신규 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일시 중단 결정이, 건설 준비 단계였던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은 설계 및 환경영향평가 용역 등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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