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이 없다. 환경부차관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추가로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환경부를 비롯한 환경 분야 관계자들의 관심사는 온통 신임 환경부장관에 쏠려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리무중.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정가에 떠다니는 여러 종류의 찌라시에서조차 환경부장관 후보자는 빠져 있다. 내 정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흔히 얘기하는 ‘물망에 오른’ 인사조차 듣지 못했으니 궁금증만 커져간다.


이 와중에 31일에는 6개 부처 신임 차관이 발표됐는데, 역시 환경부차관은 없다.

문 대통령이 과거 정부처럼 환경을 소홀히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분명한 증거가 있기 때문. 취임 직후 업무지시 3호가 미세먼지 해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이었고, 이어 4대강의 6대 보 수문을 상시개방하지 않았는가? 역시 ‘초대 환경대통령’ 다운 결정이며, 따라서 환경을 소홀히 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환경부장관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조차 없을까? 명색이 환경 분야 종사자로서 다소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하자면, 제대로 또 잘 고르기 위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믿는다. (믿고 싶다.)

그 고민에 조금 더 보탠다면, 새로운 정부의 새 환경부장관은 이런 인물이어야 한다. 


우선 정치적으로 힘이 세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처럼 환경부장관이 정부내에서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힘이 없으면 환경은 다른 논리, 특히 경제논리에 휘둘릴 공산이 크다. ‘투명장관’ ‘거수기장관’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바로 직전 박근혜 정부 때, 그 이전 MB정부 때 이미 다 확인된 사실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환경정책기조를 일선에서 성공적으로 밀고나가려면 환경부장관은 자주 산업부를 비롯한 산업쪽과 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힘 있는 인물이 등용돼야 한다. 이는 환경부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전문성이다. 힘만 있고 논리와 철학이 없으면 작은 싸움에서 이기고 큰 싸움에서는 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는 특히, 상대의 주장을 받아칠 논리가 없으면 구호만 외치게 된다. 그렇기에 환경 분야에서 수년간 어떤 형태로든 종사했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했거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지식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환경공학박사를 뽑으라는 뜻은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 저 정도면 환경에 관한 전문성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돼야 한다.


문 대통령의 ‘여성 30% 입각’ 공약에 환경부장관도 대상으로 거론된다. 핵심은 여성인지, 남성인지가 아니라 앞서 얘기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느냐이다. 역대 정권에서 방기한 탓에 망가져버린 위기의 환경을, 수동적이고 몸만 사리는 ‘단속DNA’의 환경부를 살려낼 수 있다면야 성별이 문제일까. 다만 단순히 ‘여성몫’으로 배정될까 염려스러운 것 뿐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장관 자리가 대선 승리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것 또한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반대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제 환경의 무게가 그렇게 가볍질 않다. 더욱이 산업부의 에너지 분야를 분리해 환경부와 합치게 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그런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바꾸고 정책기조를 잡게 된다면, 환경부장관은 그냥 ‘장관 한 자리’가 절대 아니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공약 등을 만들었던 인사들끼리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환경부장관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그런 얘기들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런저런 잡음을 일거에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곧 고민을 끝내고 환경부장관 후보를 임명하길 기대한다.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힘이 센 인물. 그러면서도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사람.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최선의 답을 찾는게 대통령의 실력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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