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시라. 미세먼지가 갉아먹는 몽골인의 기대수명  

 

최근 몽골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우리 일행을 안내했던 여성 가이드가 하는 말이 자신은 결단코 몽골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몽골 남자들이 너무 일찍 죽기 때문이란다. 기대수명이 얼마나 되는데 그런가 싶어 찾아봤더니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64.7세. 여자는 73.2세, 평균은 68.8세로 세계 122위다. 우리나라가 평균 82.3세이니 9.1세 차이가 난다.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수명(HALE)은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 73.2세, 몽골 62.0세로 13.2세 차이다.

그 여성 가이드는 몽골인의 기대수명이 짧은 이유로 육식위주의 식습관과 미세먼지(황사), 그리고 음주 등 3가지를 꼽았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일행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머무는 동안 지독한 황사와 미세먼지로 고생했다. 도심 상공을 뒤덮은 황사는 강한 봄바람에 이리저리 쏠려 다녔고, 얼굴을 감싼 채 바람 반대방향으로 몸을 뒤트느라 애를 먹었다. 3~5월에 특히 심하다는 미세먼지의 습격에 몽골인들의 기관지와 폐가 온전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WHO의 통계자료를 보면 울란바토르의 연간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는 1㎥에 75㎍으로 인도의 델리(122㎍) 방글라데시의 다카(90㎍) 중국 베이지(85㎍) 등에 이어 공기의 질이 최악이다. 울란바토르에는 몽골 인구의 절반가량인 약 1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울란바토르 시내 한복판에서 쉴 새 없이 가동중이다. 미세먼지를 쉼 없이 펑펑 내뿜으며.

지난3일 울란바토르 시내에 황사바람이 휘몰아치자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한 여성승객이 황급히 몸을 돌리고 있다.

 


 

또한 놀라지 마시라. 우리나라도 결코 덜하지 않다! 

올해 우리나라의 1~3월 미세먼지 농도가 WHO 권고 기준치를 넘어선 게 사흘에 이틀 꼴이었다. 

특히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32㎍/㎥로 WHO 권장기준(10㎍/㎥)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전세계 5천여개 도시의 대기오염 실태를 모니터링해 발표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Air Visual)’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ir Quality Index)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던 적도 있다. 지난 3월21일의 일로, 오전 7시 기준 179에 달해 인도 뉴델리(817)에 이어 2위였다.

굳이 장황하게 이런 통계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는 ‘나쁨’ 이상이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때마침 중국발 황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국민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다.

야외학습과 운동회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교육청 차원에서 미세먼지(황사)마스크를 나눠줄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지난 1일 오후 울란바토르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 모습. 황사와 미세먼지가 뒤덮여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다.

 


정말 놀라지 마시라.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공약!

환경TV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경선주자이던 지난 2월에 환경 현안에 대한 견해를 서면으로 인터뷰했었다. 환경정책만을 집중적으로 짚은 인터뷰는 이것이 처음이었고 사실상 유일했다.

당시 문 후보측은 미세먼지와 황사 대책으로 크게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느슨한 대기오염 관리기준을 WHO 권고기준 수준으로 강화하겠으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대기질 모니터링을 보다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명이 다한 석탄화력의 운용을 중단하고 석탄화력 신규건설을 억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끝으로 중국과의 공동대응체계 구축 뿐 아니라 몽골 등 동아시아 다자간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대책들은 다른 후보들이 내놓은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누구나 당장 쉽게 제시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따라서 뒤집어 말하면, 이런 대책들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그가 공약만 이행해도 미세먼지는 크게 줄어든다.

지난 4월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청와대 옆에서 올려다 본 맑고 파란 하늘. 미세먼지가 걷히면 우리의 하늘은 이처럼 제 색깔로 돌아온다.

 


이제 마음껏 놀라시라. 새 대통령은 환경대통령이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지 못한 탓에 2014년 기준으로 해마다 700만명 이상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흡연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600만명보다 100만명이 많다. 

오염된 공기는 고혈압, 흡연 등과 함께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2013년에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안질환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 속으로 들어가면 뇌졸중과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가히 모든 병의 원인으로 분류할 만 하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당수가 기대수명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은 새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다. 이런 비교가 다소 비논리적이며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어린아이나 노부모를 둔 가장들에게 물어보라. 사드와 미세먼지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한 현안이냐고. 열에 여덟 이상은 후자에 손을 들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당장 오늘부터 환경대통령을 자임해야 한다. 미세먼지만큼은 1년 내에 절반 이하로 잡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지난 선거과정에서는 다른 현안에 묻혀 다소 소홀했더라도, 미세먼지부터 확실하게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순간, 새 대통령은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우리의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우선 막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미세먼지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쪽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에 즉각 나서야 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후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 업무를 국무총리실로 옮겨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문대통령이 공약한대로 미세먼지 대책 특별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로 꾸려 부처별로, 지자체별로 분산돼 있는 대책을 통합해야 한다.

환경은 사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전 정부에서 이미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4대강을 파헤쳐 병들게 한 이명박 전대통령이나, 환경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어낸 박근혜 전대통령이나 환경의 측면에서는 ‘참 나쁜 대통령’들이었다. 문대통령은 결코 이런 반열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의 공약으로 보나, 시대적 흐름으로 보나 환경은 더 이상 무시하거나 못 본 체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이 환경분야에서 그래도 미세먼지 하나는 확실히 잡았다는 평가를 듣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초대 환경대통령 탄생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낸다. (201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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